날개

날개

나는 생각했다. 그분께 나아갈 수 있는 나의 날개는 무엇일까? 기도와 봉사 그리고 예배 참석, 한다곤 했지만, 갈증은 해소되지 않고 이따금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인간적 속성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어디만큼 왔을까 뒤돌아보면 늘 제자리,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억울함이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는 체 그저 혼자 삭힌다. 얼마큼 아파야 아침이 올까? 모든 것에서 떨어져 혼자이고 싶었다. 한 석 달 열흘 겨울잠을 자고 나면 홀가분할 듯도 싶었다. 정체성의 딜레마에서 언제쯤 헤어날 수 있을까?

하나님 앞에서 나는 무릎 꿇은 죄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을. 그러던 어느 날 구름 속에서 달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자세히 보니 구름이 바람에 흐르듯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나는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비는 아름다운 날개를 위하여 몇 번의 허물을 벗고 인고의 시간을 고치 안에서 보내야 하고 뜨거운 태양을 품지 않고 노을은 저 혼자 붉을 수 없는 법. 꽃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절대적 미의 존재이면서도 꿀을 나누지만 나는 무엇을 품고 있으며 무엇을 나누는가?

봄비가 살포시 내리는 아침, 아들아이가 바로크 성가를 연주한다. 절제되어 아름답고 가식이 없어 정결하다. 저 아이는 연주하며 무엇을 생각할까? 성가 소리에 깊은 산 속의 수도사가 떠오른다. 왜일까? 너무 많은 생각과 흐트러진 감성이 내게서 고요함과 순수함을 앗아가 버렸다. 밖으로 향한 눈을 내 안으로 돌려보자. 잠시라도 나를 골방에 가두고 묵상하게 하자. 무엇으로 정결함을 입고 무엇으로 그분께 무릎 꿇을까?

기도로 그분께 나아가는 진실함에 나를 맡겨두자. 비가 그치고 바람이 세차게 나뭇가지를 흔드는데 나는 걷는다, 바람은 차갑고도 감미롭다.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바람에 날리고 생각도 어느 한 곳에 모이지 않고 덩달아 여기저기를 헤맨다. 행복감에 실핏줄 하나하나가 전율한다. 지금의 이 평안과 자유를 나는 무엇과도 바꾸지 않는다. 맺힌 것도, 먹은 마음도 없는 지금의 빈 가슴, 이 가난함으로 그분께 가고 싶다. 미래는 내게 오는 순간 현실이 된다. 그러기에 나는 내일이 아니고 오늘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그분께 내어드린다. 그렇게 매일 난 그분께 가고 싶다.

조은희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