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드리고 싶은 시한편

당신께 드리고 싶은 시한편

제가 우리 식구와 자주 가는 곳 중에 모모차(某某茶)라는 곳이 있습니다.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곳으로 여러 가지 중국차와 꼬치 구이를 파는 곳입니다. 모모차의 차란 글씨는 당연히 먹는 차를 의미하지만 모모는 한문 뜻으로는 누구누구 라는 뜻인 것 같은데 왜 상호로 사용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려서 읽은 미하엘 엔데가 지은 모모라는 동화 같은 소설이 있는데 아마도 그 이름에서 따왔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전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부분은 모모란 여자 아이가 그저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들어주기만 하면 그 사람은 행복해 하고 돌아간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모모차에 갈 때마다 이 모모 소녀를 생각하며 아 나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조용히 그 사람의 말만을 들어줘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잘 실천이 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는 아이들에게도 맛있는 꼬치 구이를 사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우리 4식구가 같이 모모차에 갔습니다.

거기서 우리는 벽에 걸린 칠판에 누군가 손으로 써놓은 영어 구절을 보았습니다. 작자 이름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냥 구전으로 전해오는 시인 것 같습니다. 제가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If one day you feel like crying, Call me.
I don’t promise that I will make you laugh. But I can cry with you
어느 날 울고 싶을 때가 있으시다면 나를 불러주세요. 당신을 웃겨 드릴 수
있다고 약속 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당신과 함께 울어 드릴께요.

If one day you want to run away, don’t be afraid to call me.
I don’t promise to ask you to stop. But I can run with you
어느 날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으시다면 주저말고 나를 불러주세요.
당신께 가지 말라고 애원하겠다고 약속 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당신과
함께 도망쳐 드릴께요.

If one day you don’t want to listen to anyone, Call me.
I promise to be there for you. And I promise to be very quiet.
어느 날 누구의 말도 듣고 싶지 않을 때가 있으시다면 나를 불러주세요.
당신을 위해 거기에서 그리고 아주 조용히 있을 것을 약속 드릴께요.

But if one day you call, and there is no answer, come fast to see me.
Perhaps I need you.
하지만 어느 날 당신이 나를 불렀을 때 아무 대답도 없다면 빨리 나를 보러오세요.
아마 “나는 당신이 필요할 거에요”

우리는 너무나 자기의 이야기를 남에게 하는데 익숙해 있습니다. 그저 모모처럼 듣고만 있으면 상대방이 기뻐 할텐데, 위의 시처럼 그저 같이 만 있어줘도 위안이 될텐데 말이죠…

박덕철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