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뒷모습은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뒷모습은 안녕하십니까!

교회 사역을 시작하면서부터 언제부터인가 예배 드리는 성도님들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 보는 버릇이 생긴 것 같습니다. 함께 예배자로 하나님께 나아가야 함에도 솔직히 지금 예배 드리는 분들은 어떤 모습, 어떤 마음일까를 생각할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오버랩되는 장면들… 짧은 인생의 시간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누군가의 얼굴보다는 그 사람의 뒷모습이 각인되는 건 왜일까를 묻게 됩니다.

특히나 가을 바람이 불어오고,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면 지나 온 날들 간직해두었던 누군가의 뒷모습이 떠오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에게 처음 뒷모습이 의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초등학교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작고 하신지 꽤 오래되셨지만 그 때 할아버지는 퍽 정정하게 느껴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조그마한 회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가 할아버지의 마지막 출근이자 퇴근이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 회사 분들의 인사를 받으며 홀로 회사를 나오시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에서 뭔가 모를 아쉬움과 적적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제는 아버지께서 정년 퇴임을 하시던 그 때 아버지의 뒷모습이 저에게는 꽤 큰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3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직장에서 쉼 없이 달려오셨던 아버지, 서울에서 신대원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가까이서 찾아 뵙지도 못했는데 그 때에는 왠지 꼭 가보아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회사 생활을 그만두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참 자랑스럽기도 하고, 무척 이나 죄송스럽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 그 때 아버지의 뒷모습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출발이었고, 지금까지도 그 모습 그대로 또 새로운 길을 달려가고 계시기 때문이었겠지요.

누군가의 뒷모습이 내게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묵직하게 녹아져 있기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또 한 편의 영화 같은 뒷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서울에서 입시 준비하는 오빠 뒷바라지에 많은 힘을 보태었던 동생이 먼저 결혼을 해서 신랑과 함께 먼 길을 떠났던 그 순간이 떠 오릅니다.

당시 인천공항이 퍽이나 생소하게 다가올 때였는데 인천 국제 공항을 떠나가는 동생의 뒷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시는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 참 애절했던 것 같습니다.

가족 중에서 누군가를 그렇게 멀리 떠나 보내는 것이 처음이었던지라 아버지, 어머니는 떠나 보내는 아픔에 마음을 추스리지 못했었지요. 그 때 비행기를 타려고 들어가는 동생의 뒷모습이 저에게도 떠남의 시간을 허락할 줄은 몰랐습니다.

마지막으로 뉴질랜드에서 맛보았던 뒷모습을 이야기하며 마칠까 합니다. 첫째 아들 녀석이 나이가 차서 학교를 가게 되고 얼마 되지 않아 홀로 길을 걸어 학교를 가게 될 때가 되었습니다. 부모님들이라면 경험하셨겠지만 그 때 혼자 학교 길을 걸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꽤 오래도록 지켜보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참 가슴이 뭉클하고, 감격스러운 감정이 오래 동안 여운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누군가의 뒷모습이 그리워질 때면 저의 뒷모습은 어떨까를 묻지 않을 수 없겠지요. 또 성경 속에 나오는 인물들 또한 하나님께로 가는 길 가운데 그들의 뒷모습을 많은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드러내었구나 라는 생각을 해 보게 하는 계절입니다. 여름이 행동하는 계절이었다면 이제는 인생의 참 의미를 찾을 때이지요. 깊어가는 사순절 기간에 주님 걸어가신 뒷모습을 묵상하면서 더불어 내 인생의 뒷모습을 돌아보는 여유 어떻습니까?

심창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