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의 자화상

대림절의 자화상

아직 방년의 나이가 채 되지 않은 어린 한국인으로 뉴질랜드 국적을 가진 세계적인 골프 선수 리디아 고가 저의 딸 아이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절친입니다. 그 어린 나이에 내노라 하는 세계의 낭자들을 제치고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기특하고 대견하고 한편으로 자랑스럽다는 생각입니다. 이 아이가 약 3주 전, 거의 일년 만에 오클랜드를 방문하면서 저희 집에 5일가량 머물다 갔습니다.

물론 이미 이곳에 오기 오래 전부터 딸 아이를 통해 저희 집에 머물러도 되겠느냐 고 물어왔고 저희 부부는 흔쾌히 허락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약속된 날이 다가 오면서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평소에도 집안 청소를 하지만 이번엔 그 아이가 온다는 것을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청소를 하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문득 제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리디아 고가 세계적인 골프 선수가 아니고 그저 그런 선수였다면, 그냥 딸 아이의 학교 친구였다면 과연 내 행동은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한국사람보다 뉴질랜더들에게 더 인기가 있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아이가 아니였더라도, 세계 랭킹 안에 들지 않아 유명세를 치르는 아이가 아니였더라도 과연 제가 그렇게 손님을 맞이 할 준비를 했을까요?

탄생하실 아기예수, 오실 예수그리스도를 기억하며 기다리는 대림절 네 번째 주일 아침입니다. 아이 친구가 온다고, 세계적인 선수, 최 연소 여자 골프 우승자가 온다는 소리에 그렇게 집안을 치우며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도 그 아이에 비교할 수 없는 크고 놀라우신 분이 오고 계시는데, 그에게 붙는 온갖 수식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하고 영원하신 구주가 오시는데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모양으로 그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지 저의 자화상 이 오버랩 되어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이태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