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길이 있습니다

또 길이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항해술을 가진 선장이라도 바람의 방향은 결코 마음대로 다스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배의 돛은 마음대로 조절 할수 있습니다. 아무리 숙련된 손놀림으로 화단을 가꾸는 정원사라 할지라도 꽃이 피고 지는 일은 마음대로 행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꽃을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평생을 흙과 살아 온 농부라 할지라도 자연의섭리인 계절을 좌우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때에 맞추어 씨를 뿌리고 열매를 거두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비를 오게 하거나 내리는 비를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산이나 비옷은 준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성도의 영주권 신청에 제동이 결렸다는 가슴 아린 소식이 늦가을 칼바람처럼 차갑게 귓전을 맴 돕니다. 어쩔 수 없어 한국에 두고 온 자식이 너무 보고 싶어 “자리 잡히면 데려오려 했는데 그냥 돌아가고 싶어요” 라며 흘리는 어미의 눈물이 쏟아지는 겨울비 보다 진하게 얼굴을 타고 내립니다. 이민 세월만큼이나 숱한 잡일 끝에 이제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비지니스가 여의치 않아 발을 구르면서도 애써 너털웃음 을 지어보이며 태연한척 하는 모습이 막 시집온 새색시가 익숙치 않은 부엌 살림에 깨어진 간장 종지를 보며 어찌할바를 몰라 안절부절 하듯 어색해 보입니다.

어떤 절망의 순간에도 소망을 준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고통의 순간에도 내일을 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질병의 순간 순간에서도 다 지나가는 한 여름의 소낙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증오의 대상에게도 사랑을 준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배신의 대상에게도 용서를 준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더 만나고 싶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또 길이 있지 않겠습니까? 기도해 주세요” 라며 수줍게 미소짓는 여러성도들의 얼굴에 정말 보름달 만큼이나 환한 웃음이 피어나기를 기도로 소망하는 목사의 마음입니다.

이태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