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방문기

시드니 방문기

얼마 전 시드니에서 공부하고 있던 딸이 학부를 졸업하고 집에 왔는데 갑자기 대학원 가는 걸 잠깐 보류하고 1년 정도 한국에서 교사로 일하는 경험을 갖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라고 했습니다.

요즘 한국 교육부에서 TALK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외국인 학생들과 교포출신들을 대상으로 시골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하고 대신 생활비를 제공하면서 한국문화 체험 기회를 갖게 하는 좋은 프로그램이더군요. 딸은 지레 부모가 반대할까봐 ‘내가 얼마나 공부한다고 고생했는데!’’를 반복하며 ‘더 공부하면 우울증에 걸리겠어.’ 라는 등 시키지도 않은 말을 하면서 한국에 가겠다고 생떼를 썼습니다. 그러면 우리 부부는 ‘공부를 좀 더하지 그래’ 하면서도 내심 ‘휴~ 그래 우린 좋지. 제발 좀 가서 돈 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좀 배워라.’ 하면서 손잡고 낄낄 웃어댔습니다. 아 올해는 좀 쉽게 지나가겠구나!’

근데 이 프로그램에 신청을 늦게 해서 갈 수 있을지 몰랐는데 갑자기 합격통지가 오는 바람에 시드니 집에 가서 짐 정리하는 게 가장 급한 일이라 딸과 저는 부랴부랴 시드니로 갔습니다. 그날 따라 시드니는 왜 그렇게 더운지요…방문을 여는 순간 돌아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정전! 며칠째 파워가 나가 있는 상태라 집안은 사막 그 자체였습니다!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꺅~ 음식물이 부패가 돼 구더기가 꼬물꼬물 다니고 있었습니다. 꽝! 도로 닫고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주님 왜 이런 시련을 제가 주시나이까?

이후 며칠 동안 제 일생 그렇게 땀을 많이 흘려본 적이 없습니다. 하루에 찬물로 샤워 세 번 네 번 냉수마찰…그래도 옛날 대학 하숙집 아줌마한테 구박 들어가며 몰래 하던 냉수마찰이 생각나 슬그머니 웃었습니다. 오기 전 자기는 매일 청소한다면서 가면 별 할 일이 없을 거라고 얘기하던 딸아이는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방을 보며 ‘내가 공부한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만 반복하며 내 속을 긁었습니다.

아이고 저게 내 딸이야~? 그래도 이래저래 다 정리하고 다시 오클랜드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화기애애~ 딸 아이는 한국 갈 생각에 방긋방긋 웃고만 있습니다. 저는 눈을 감고 기도했습니다. “그래~ 먼지도 구더기도 다 청소하면 되지…그렇지만 딸아, 이것만은 알아다오. 아빠는 네가 안 보이는 마음속을 항상 잘 깨끗하게 정리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엄마 아빠는 늘 널 위해 기도하마…” 지금 딸은 한국의 오지 울진의 한 초등학교로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최광암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