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 낱말 풀이

십자 낱말 풀이

얼마 전 병원에서 나의 진찰 차례를 기다릴 때 대기실 구석에 있는 잡지 한 권을 손에 들었다. 몇 장 넘기니 Crossword Puzzle(십자 낱말 풀이)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미 다른 사람이 풀어 놓아서 풀기에 불편하게 되어 있었다. 그래도 아래로 옆으로 말을 이어가노라니 그저 알 빠진 옥수수만 같았던 그 네모판에 낱말이 하나씩 되살아나, 비록 재탕이었지만 재미 있었다.

하나의 글자를 옳게 채워 넣으니 비로소 하나의 낱말이 완성되어 생명을 얻는 것 같았다. 아마 이런 맛으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풀이를 즐기는듯 했다. 우리는 이세상을 십자 낱말 풀이 판에 낱말을 완성시켜 가듯이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듬성듬성 빠져 있어 엉성하게 보이는 이 세상에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가 박힘으로 비로소 뜻도 통하고 또 제 모습을 이루게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았다.

이웃이라는 단어가 필요한 자리에 우리가 따뜻한 이웃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세상이 되살아나는 것 아닐까? 용서가 있을 자리에 용서로, 화해가 있을 자리 에 화해로 그리고 순종이 있을 자리에 순종으로 누군가가 그 자리에 있 을 때 세상은 비로소 생명을 찾게 된다고 생각한다. 가정도 교회도 그리고 사회도 무엇인가 있어야 할 빈 자리에 누군가가 들어가 자기 몫을 제대로 하므로 하나님의 뜻을 통하게 하여 비로소 그 곳에 생명을 넣어준 다고 생각한다.

이 땅의 교회나 우리 각자에게 하나 님께서 내려 주신 십자 낱말 풀이판이 있는 것같다. 우리는 이 판을 채워가며 하나님의 세계를 하나 하나 이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단어는 쉽게 풀리는가 하면 어떤 것은 알듯하지만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것도 있다. 엉뚱한 글자를 넣어 보지만 어울리지 않는다. 스스로를 채찍하다 어쩌다 옳은 글자로 빈칸을 채우게 되면 희열을 맛보기도 한다. 문제를 쉽사리 풀어 완성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형제도 있다.

이래도 저래도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낱말에는 하나님께서 실마리를 준비해 놓으셨 고 이를 찾으면 주실 것이다. 왜냐 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문제를 다 풀어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가기를 바라고 계시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교회에서 그리고 생업현장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낱말이 되어 위 아래 그리고 옆으로 끊어져있던 관계를 이어가는 몫을 하며 하나님 나라 완성에 기쁨으로 참여해야 하겠다.

오늘은 무슨 일로 하나님의 십자 낱 말풀이 판을 메워 갈까?

유승재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