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외딴곳에 살고 싶다

가끔은 외딴곳에 살고 싶다

어쩌다 오는 우체부가 물 한 그릇 청해 목 축이는
그런 외딴 곳에 살고싶다
꽃분가루 묻은 나비보고 곤충채집하던 시절이 문득 떠올라
목이 메이는 그런 곳
밤 되어 누우면 신문지로 벽지한 천정에
쥐 오줌자국 번져있는 백번도 더 읽은 감기약 선전
돌아누우면 방벼락에
볼펜 똥 묻혀가며 흘려 적어놓은 노래 가사
누워도 돌아도 어디 심상한데 없는
가끔은 그런 외딴 곳에 살고 싶다
모처럼 온 친구밥상에 아끼던 장조림 올려 넉넉해하고
빨아 신으라고 벗어 놓고 간 양말 보며
그리움을 쌓아 가는 곳
그러다 마음 저 밑에서 더 깊은 고독이 차오면
달밤 찬 기운에 앉아 소리 없이 울어도
누구하나 엿보지 않아 좋은
더 먼 외딴 곳을 찾아
바람처럼 떠나고 싶다

아직
아내의 처녀적 예쁨이 남아있고
아들과 오줌멀리누기 시합한다해도
가끔은
외딴 곳이 사무치게 그립다

김성국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