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가는 비행기 길

고향가는 비행기 길

(2003년 10월 26일, 고국가는 길에)

겨울내복 벗던 봄 날
흙 말라붙은 삽 들고
막 자란 토끼풀 위로 오중싸며
칡 캐던 동네 그 산을 올라 보겠습니다

더운 바람이면 가슴 풀어 해치고
찬바람이면 옷깃에 얼굴 묻던
고향바람에 감기들고 싶은
바람조차 반가운 길을 걷겠습니다

낮에는 사흘 뱃길 목계장터 떠돌이 되어 보고
밤에는 메밀꽃에 취한 시인의 가슴되어
물레방아간 그 처녀있는
봉평장에 서 보겠습니다

헌금 많이 들어오면 마루 깐다고
부푸러기 일어난 가마니에 앉아
목청 높혀 찬송 부르던 어린 날의 교회
가마니 같이 다 헤진 심정으로 앉아 보겠습니다

센베이 과자 자주 사들고 오시던 내 어릴적 아버지
틀니 낀 채 드시라고
박하 사탕 몇 봉지 사들고는
놀라지 마시라는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당신에게 가겠습니다

그 산, 그 빛깔, 그 예배당, 그 사랑이 하도 그리워
잠들지 않은 잠을 들어 보려해도
마음은 이내
그리움에 아파 옵니다

김성국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