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하는 월요일 새벽, 많은 헤프닝속에서 배웅 나온 여러 성도들에게 염려반, 기대반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주며 비행기 문이 닫히기 직전 겨우 탑승 할 수 있었습니다. 몇몇 지체들은 이번 단기선교가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안도의 숨을 쉬었지만 저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일 하실지 기대와 함께 결코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짧은 비행시간 후 익숙하여 친근하기까지 한 포토빌라에 내렸습니다. 음식물 반입에 따른 의례적인 통과료(세금)를 지불하는 것을 끝으로 마중 나온 톰 장로와 조우하고 선발대 집사님 과 합류하여 간호 학교(김용환 목사)에서 라이스컵으로 점심을 대신한 뒤 바로 대형 마켓으로 이동하여 첫 사역을 펼쳤습니다.
워쉽과 스캇 드라마에 시장 안의 수 많은 시선들이 집중되었고 끝나자 함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저들의 함성은 심령의 곤고함이 터져나오는 아우성 이리라, 저들의 박수는 하나님이 아들을 이땅에 보내주심에 대한 감사의 박수소리이어야 하고 단 한 영혼이라 도 저 찬양과 드라마를 통해서 구원받기를 소망하며 삼마빌리지로 떠났습니다.
해가 늬엇 늬엇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 삼마에 도착하자 삼마 사람 특유의 수줍음으로 외인 들을 반겼지만 4번의 찾음 속에 애둘러 표현하지 않아도 우정과 신뢰가 녹아져 있음이 보였습니다.
세째날, 이번 단기선교의 또 다른 중요한 목적이라 할수 있는 정탐을 위해, 열심 히들 사역하는 어여쁜 우리 지체들을 뒤로하고 이광희 장로님, 이정인 집사님과 함께 배를 탔습니다. 이름하여 ‘쪽배’로 폭이 1.5m, 길이가 5m 안되는 불안하기 그지 없는 배 였습니다. 육지와 멀어지면서 제법 강한 바람, 넘실거리는 파도는 바다를 많이 보고 자란 저였지만 저절로 기도를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30분 남짓 만에 도착한 “필레” 라는 섬에는 200명정도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중에 60명정도가 신앙생활을 한다고 그곳 교회 집사님의 설명을 들은 후 8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학교를 찾았습니다. 우리의 소개를 들은 교장 선생님은 언제든지 좋다고 하면서 만약 오면 모든 수업을 중단하고서라도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반겼습니다.
목요일과 토요일 이틀간 가가호호 삼마 마을의 집들을 방문하는 날이었습니다. 어쩌면 자신들의 삶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일 수 있지만 외부인들의 방문을 기꺼이 맞아주었고 우리는 그 특권을 누렸습니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홀론 된 여인, 남편 없는 아기를 키우면서도 소식 없는 남편을 미워하지 않고 기다리는 아내, 장애로 태어난 아기를 삶의 중심에 보듬고 살아가는 가족의 수고와 헌신, 천혜의 자연을 가졌음에도 노년이 되어 찾아오는 갖은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 한때 행복 지수 세계 1위의 나라 였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그곳에는 아픔이 있었고, 사랑이, 그리움 이 있었으며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들 안에서 부익부 빈익빈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들 역시 하나님의 사람임을 부인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좀 더 한 집 한 집 오래 머물면서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더 듣고 싶었고, 그들의 가슴 속에 담겨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그들과 함께 살아계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육신의 질병을 고쳐 달라는 소원 보다는 하나님과의 교제가 매일매일 깊어지게 해달라는 기도제목은 이기적인 기도에 급급한 우리들을 부끄럽게 하기에 충분했습 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함께 기도하며 눈물 짓는 선교팀들을 바라보면서 하나님께서 만들 어가시는 나눔의 씨앗이 좀 더 편만하게 펼쳐지기를 소망하며 호별 방문을 마무리 했습니다.
금요일은 마을 잔치가 있는 날입니다. 선교 정탐의 미션을 나름 훌륭하게 마친 목사님은 더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선교사역의 또 다른 숙제를 가지고 먼저 오클랜드로 출발했습니다. 어린이 사역팀과 청년 사역팀은 마을 아이들과 청년들을 위한 게임 준비에 여념이 없었고 바쁜 것은 장년 사역팀과 주방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선교 전 저의 아이디어로 낸 잡채를 부지런히 준비하고, 호떡 믹스를 미리 불려놓고 뜨겁게 튀어 오르는 기름에 손가락을 데어 가면서까지 달달한 호떡을 준비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잔치의 압권은 마을에서 잡은 닭으로 요리한 닭죽이었을 겁니다. 불을 지피고 가마솥 대신 찜통, 국자는 대나무를 잘라서 휘젓는 5,60년대 시골의 모습이 살아난듯 갖은 노력과 땀방울은 시간이 갈수록 무르익어 가고 있었습니다. 햇살이 따갑고 아이들을 통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다들 잘 참아 내었습니다. 드디어 삼마 마을에도 밤은 찾아왔지만 힘겹게 끓여 놓았던 닭죽이 식어감을 보면서 안절부절인 우리와는 아량곳 없이 마을 사람들이 오지 않는 것입니다. 약속 시간보다 늦게 나타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그들로 인해 마음 졸인지 1시간여나 지났을까… 마을에 종이 울리고 어른들에서부터 아이에 이르기까지 모여듭니다.
잡채와 김치 부침개는 일찍 동이 났고, 닭죽을 끓였던 두 냄비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닭죽은 그야말로 인기만점이었지요. 선교팀들은 또 라면으로 저녁을 대신해야 했지만 진수성천을 먹은 것보다 더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것 이상으로 즐겁게 호응해 준 마을 주민들, 아마도 이것이 훗날 우리가 천국에서 가질 하늘나라 잔치의 모형이 아닐까? 하나님께서 흐뭇해 하실 것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어느덧 꽉 찬 한 주간의 사역이 끝나고 주일이 되었습니다. 오전에는 삼마교회에서, 오후에는 삼마 마을의 또 다른 교회인 AOG(순복음)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우리가 준비한 찬양과 스킷드라마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고, 부족하지만 삼마교회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서로를 축복하며 주안에서 한 공체임을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들, 그것은 땅에서 미리 맛보는 하늘나라의 모형이었습니다.
저녁 식사 후 마을 사람들이 마련해 준 환송회는 또 다른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축제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한 명 한 명 이름이 불려지고 그들이 준비한 선물을 받으면서 하나님이 받으셔야 할 영광을 대신 받는다는 부끄러움에 우리 삶을 통해 하나님만 영광 받기를 소망했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은 이미 그곳에서 일하고 계셨고, 우리를 인도하셨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이번 선교팀을 위해 가장 안성맞춤의 사역을 허락하여 주셨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일하시고 우리는 응답합니다. 선교 훈련과 더불어 시작된 4개월간의 선교여정을 마무리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며 내년을 또 꿈꾸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함께하신 하나님 그리고 그 어느 때 보다도 뜨겁게 기도해주신 성도들, 재정으로 후원해주신 성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심창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