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저의 생일날 한 친구에게 우연찮게 전화를 걸었더니 마침 그 친구와 가족들은 호주행 비행기를 타고자 인천공항에 있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먼 곳으로의 여행을 시작하려던 순간이었지요. 그리고 그 친구는 호주 골드 코스트에 둥지를 틀었고 불과 얼마 전까지 그곳 교회에서 열심히 사역을 했습니다. 그런데 수개월 전 곧 교회를 사임하고, 한국으로 가야할지, 호주에 남아야할지 기도 부탁하는 전화가 왔었습니다. 전 그 와중에 꼭 시간을 내어서 뉴질랜드에 들려달라는 간곡한 부탁도 했었지요.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척(?)에 있으면서 서로 한 번쯤은 볼 수 있으려나 내심 기대했던 그 친구는 결국 다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습니다. 10여 년 전 장신대 신대원 기숙사에 의무적으로 입소해야 했을 때 한 학기 정도 그 친구와 같이 방을 썼던 매사에 차분하고, 생각이 깊은 친구였습니다.
참고로 저에게 신대원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금도 내 세울만한 것이 있다면 사랑하는 동기 ‘100기 75 또래’ 전도사님들이었습니다. 누구보다 열정 있고, 그러면서도 각자 나름의 개성을 가진 소중한 친구들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그 개성 강한 친구들 을 한 번쯤은 하나로 묶어보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정기적으로 모여서 서로의 삶을 나누고,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그런 동기 목사 중의 한 명이 호주로 오는 것이 기뻤고, 비록 자주는 아니더라도 먼 이국 땅에서 얼굴이라도 마주하며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렇게 동기 목사는 저의 바람과는 달리 호주 삶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갔습니다.
2년 전 호주로 떠나는 동기 목사에게 힘들어도 3년은 버티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건넸던 말이 부메랑이 되어서 미안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시간입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서로를 만날 수 있는 마음의 만남이 시작이 먼저 있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라는 시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됩니다.
오늘 우리의 만남이 현실의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건 우리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언젠가 또 시간이 흘러 이때를 추억하며 다시 그 친구를 만날 수 있겠지만 그 때가 언제가 될지 아쉬운 마음에 떠나가는 친구를 못내 보내지 못하는 동기 목사의 마음입니다.
심창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