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그러나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러나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5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4월 16일 오전 8시 50분에 멈춰 있는 수백명의 아픔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고스란히 다 알면서도 침묵에 잠긴 바다를 향해 있습니다.

“제발 살 수만 있다면”, “엄마, 아빠, 아빠, 아빠, 내 동생 어떡하지?”, “ 선생님 괜찮으세요”, “전부 사랑합니다”, “살아서 보자”, “아직 괜찮아”, “ 구명조끼 입고 있어” 이 모든 말들이 사랑하는 우리 자녀들이 침몰해가는 배 안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삶의 의지를 담아낸 필사의 언어들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우리 아이들은 영원한 곳으로 먼저 갔습니다.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있어라’는 어른들의 말을 철석 같이 믿고 자신들이 죽어가는지도 모르게 그냥 말없이 있었던 착한 아이들, 그 말 대신에 빨리 움직여 갑판위로 올라가라는 단 한마디 만 했더라도 저 많은 주검들은 없을 텐데.

‘어른이라서 미안합니다’ 라는 말이 떠나온 조국을 대변하는 언어가 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이 조국의 어른들, 아니 세계 어디에 있던 적어도 조국의 어른이라면 그대들 앞에 미안하고 부끄러울 뿐입니다. 그래요 어른이라서 정말 미안해요. 그래요 어른들이 어른 답지 못해서 너무너무 부끄러워요.

그 말이 그대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말이 된다면 그대들의 어머니 아버지들, 우리들의 부모님들에게 위로가 된다면, 슬픔을 달랠 수만 있다면, 상한 마음이 아물고, 닫힌 마음이 열릴 수 만 있다면 입술이 부르트고 또 다시 헤져도 365날이 다 가도록 조아릴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른이라 미안하다는 말 뒤에 ‘그러나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라는 말을 하려고 합니다. 왜냐면 남은 그대들의 많은 친구들이 어른들을 불신하며 자라서는 더 이상 조국 대한민국에 미래와 소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그대들의 조국은 세계의 조롱과 망신을 당했습니다. 그대들의 조국이 침몰하고 있다는 서글픈 언어들도 떠돌아 다닙니다. 그대들의 값비싼 희생이 지나가는 소낙비처럼 된다면 너무 억울하고 원통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고오는 세대 속에 다시는 어른이라 미안하다는 말이 조국을 대변하는 언어가 되지 않도록 그대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살펴주세요. 어른이라 너무 미안합니다. 그러나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자식 앞세운 아버지 어머니들에게 성령님의 깊은 위로가 함께하시기를 비옵니다. 주검으로 부모 가슴에 묻힌 그대들 앞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이태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