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누아투행 기내에서

바누아투행 기내에서

이륙하는 비행기 안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다들 기도하는 마음일까? 이제껏 살면서 출장, 여행, 친지 방문, 심지어 이민까지 숱한 이유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은 나에겐 너무나 생소하다. 바누아투 입국신고서를 쓰면서도 방문목적란에 뭐라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Other란에 tick 하면서 Mission trip은 Other란에 해당하는구나 생각을 했다.

‘선교는 다른 여행처럼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인데’라는 생각에 동행한 학생들을 보면서 이 친구들은 어린 나이에 벌써 이 Other 란에 tick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여행의 즐거움 하면 보통 먹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사는 즐거움이 있다. 한국에 한번 다녀올 때도 어딜 가고, 뭘 먹고, 뭘 사야지 생각으로 비행기를 탔던 마음이 기억난다. 이번에는 분명 이런 즐거움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비행기를 탔던 어떤 순간보다도 설렌다. 무엇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먼저 떠난 선발대일까? 그 마을 주민들일까?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먼저 간 아내와 아들이 아닌, 그냥 그들이 속한 선발대가 우릴 기다린다는 생각, 그들도 내가 아니라 우리 팀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일까? 그렇다.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은혜의 한가지 목적으로 벌써 하나가 되었던 거다. 두 달 동안 우리는 함께 웃고, 함께 준비해왔다. 이것을 우리는 함께 사역하며 나눌 것이다. 바로 이것이 나를 설레게 한다.

두 달 전만 해도, 선교를 간다는 것을 생각도 안 했던 내가, 조카가 “선교 갈까요?” 물어봤을 때, “응. 잘 갔다 와. 너한테 좋은 경험이 될 거야,” 라고 답했던 내가, 선교를 함께 가기로 결심하고 아내와 아들까지 합류하게 된 지금의 모습을 보면, 정말 상전벽해와 같은 엄청난 변화다. 나 자신도 인정하기 싫은 변화가 나한테 나타난 거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의 더욱 변화된 나를 기대하며 나는 지금 너무 감사하다. 주님 제게 이런 기회의 은혜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동호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