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은 이른 시각인 8시에 시작하는 바자회를 준비하시기 위해 6시부터 한두 분씩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하루 전인 금요일 오후부터 웬만한 준비는 거의 해놓았지만 아무래도 먹거리는 즉석요리가 제격이라 십시일반 만든 재료와 요리에 필요한 기구들을 제자리에 Setup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한쪽 몸이 불편하신 권사님, 비즈니스를 하루 문 닫고 오신 집사님, 곤히 잠든 갓난아기를 이불과 함께 둘러업고 장막을 치기 위해 오신 집사님, 바깥 후미진 곳에서 내 리는 비를 감내하면서 숯불을 피우는 집사님, 50 cent 혹은 1달러 하는 옷가지를 보기 좋게 진열하는 집사님, 행여 놓친 것이 없을까 하여 이곳저곳을 점검하는, 마음만은 청춘인 장로님, 각기 맡은 위치에서 다하는 최선은 아름다움 그 자체 였습니다.
4시간이 지난 현재 시각이 오전 12시, 대부분 먹거리들이 여전히 제 위치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언제 다 팔릴까? 은근히 걱정됩니다. 다 팔리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오랜 시간 준비한 우리 성도들이 실망하지 말아야 할 텐데 성급한 믿음 없는 목사는 저으기 마음 한구석이 아려옵니다.
오후 2시가 넘어가자 빠른 판단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지치지 않고 내리는 비가 사람들의 발길을 묶어버린 듯 더는 또 다른 손님들이 올 것 같지 않아 이만 정리를하기로 했습니다. 남은 먹거리들은 10분간의 땡처리로 우리 서로 자축하며 휘날레를 장식했습니다.
이제 여러 성도들의 섬섬옥수가 모였던 바자회가 끝이 났습니다. 여러 달 전부터 기도하고 준비한 모든 성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고생한 만큼 결과가 없어서 서운하지만 그래도 교회를 위해, 하나님을 위해 내 시간과 내 마음을 드릴 수 있었음에 감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가운데 누가 나 자신의 유익이나 이익을 위해 이런 수고와 고생을 했겠습니까? 그렇다면 참 불쌍한 일일 텐데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의 헌신을 하나님이 보시고 아시기에 그것이 우리에게는 축복입니다. 또 이 일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 지체들이 만날 수 있었고 그 만남을 통해 교제하고 기도하는 영적 자산이 우리 에게 생겼습니다. 이것이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세워가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음에 감사합시다. 수고한 모든 성도들에게 부족한 목사가 감사를 드리며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축복합니다.
이태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