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몇 번만 버스가 오가는 강원도 태백의 어느 오지 마을, 작고 허름한 교회당이 보여 아내와 들어가 기도합니다.
창호지에 가사만 적어 사용하던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어린 주일학교 시절의 찬송가 괘도가 있어 설레임으로 펼쳐 봅니다.
“흰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 ” 여름성경학교 교가만이 유일하게 아는 찬송이어서가 아니라 내 어린 날, 흐르는 땀으로 목덜미 주름살에 까만 때가 낀 채로 부르던 찬송이어서 그 자리서 정겹게 불렀습니다.
교회당 안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여서인지 강대상 옆으로 난 작은 문으로 아주머니한 분이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밉입니다. 인사와 함께 우리 부부 소개를 하자 자기가 이 교회 목사라면서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더구나 나와 같은 신학대학을 졸업한 동문 여자 목사님이어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지금은 이름도 잊었지만 귀한 차라면서 내 오는 차를 마시며 오랫동안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하루에 버스가 4번 오가는 첩첩산중 마을에서 교인은 어른 8명, 어린이 8명… 그 중 한명이라도 주일예배에 빠지면 온통 마음이 혼란스럽다는 말씀, 예배 후 전 교인 8명이 식사할 식탁이 아예 교회당 맨 앞에 놓여있는 정겨움 ,고등학교 졸업한 1명의 교인이 유일하게 배운 사람일 정도로 모두들 배움이 모자랄찌라도 흙과 함께 일평생을 순박하게 살아간다는 말씀, 새벽예배를 위해 켜는 예배당의 불빛이 마을의 하루 시작을 알리는 빛이라는 자부심, 종종 교회마당으로 뱀이 나와 주일학교 아이들이 장난삼아 잡으려 하면 ‘저 살아가려는 생명인데 잡지 말라’ 고 하신다는 목사님의 잔잔한 웃음, 참 많은 얘기를 하다 보니 날이 어느새 짙은 어둠을 선사했습니다.
일찍 잠드는 오지 마을의 밤에 오늘따라 늦게 켜져 있는 교회당 불빛이 궁금스러운지 아이 한 명이 교회당 창문으로 들여다봅니다.
작별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목사님께서 손님을 위한 마지막 배려 인양 교회당 외벽 전체를 두른 전등을 켜자 교회당의 환한 실루엣이 칠흙같이 어두운 산골에 소박하 고 단아함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세상 어느 교회당의 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 수 있을지요… 더 커지고 싶고 더 높아지고 싶은 내 마음이 보여 질 것 같아 주위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고 교회당을 바라다 보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저렇게 홁 속에서 무명의 종으로 교회를 지켜가는 목사님의 손 흔들어 주는 모습에 내 가슴엔 회한과 부끄러 움이 가득차오는데 아내는 어느새 볼을 타고 내리는 눈물 을 닦고 있었습니다.
김성국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