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짱 밑으로 흐르는 물
눈물 흘리며 헤어지던 그녀의 그 모습
우표 옆에 나란히 크리스마스 씰 붙여진 편지
띵띵 거리며 처음 배울 때 쓰던 싸구려 기타
내 이름 불러주는 여자 동창생
아버지의 독일제 면도칼
화음 잘 넣어 주던 누이의 노래
잊어버릴까 줄로 묶어 끼던 벙어리 장갑
어머니가 퍼 주신 밥 한 그릇
참새 발자국 찍힌 눈 길
겨울 구슬치기에 튼 손
볼 통통한 처녀시절 아내 증명사진
일찍 와서 문을 열라며 선생님이 주신 교실 열쇠
어린이 여름성경학교 교가 “흰 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
쓰는 도중 잉크 다 떨어져가는 모나미 볼펜
달력으로 겉표지 싼 교과서
교미 중에 붙어있는 두 마리 개
아들의 젖 비린내
강대상 옆까지 채워진 시골교회 부흥회
내 마지막 날에는
여기에 몇 개만
더해지면 될 터인데
나는
오늘도
마지막 날 떠오르지 않은 것들에
목숨 걸고 속절없이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김성국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