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언제쯤이던가? 한국에 잠깐 다니러 올 동안만 대신 맡아 달라는 어느 집사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시작하게 된 주차 봉사. 요 며칠간 갈등 쫌 했다. 지금까지야 별 하는 일 없이 놀고 지냈으니 주일 날 좀 일찍 나와 주차봉 들고 어영부영 서성이다 들어오는 것이 뭐 그리 힘든일도 아니어서 교인들에게 눈도장이나 찍자는 마음으로 해왔는데 요즘은 그게 아니다.
안해보던 스시집 머슴살이 하다보니 이 알량한 봉사도 슬슬 하기 싫어진다. 그래! 비지니스를 핑계로 목사님께 말씀드려 그만 둬야지! 나 아니면 할 사람 없을까? 도다리 눈으로 말씀드릴 때만 엿보고 있던 며칠 전, 이런 나의 의중을 넌지시 마누라에게 비쳤다. 몇가지 그럴듯한 이유도 덧붙 혀서. “주차공간이 너무 많아 구태여 주차안내가 필요없고 가게 재료를 좀 더 싸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닐려면 주일 밖에 시간이 없는데! 요즈음 힘든걸로 치면 우리교회에서 나보다 힘든 사람 나와보라 그래라!” 봉사를 즐거움이라 생각하는 마누라에게 말해봤자 무슨 좋은 소리 들을 까 우려하지 않은 바 아니지만 역시 반응이 시원치 않다.
무조건 반대하면 똥고집이나 부릴 것을 잘 아는지 안되는 이유를 조근조근 나열한다. “주차봉 사 라는게 꼭 자동차만 정렬시키는 거냐? 교회에 오는 교인들에게 웃는 낯으로 맞는게 중요한 일이지 않느냐? 시간이 많아 봉사하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 힘들고 바쁘다는 이유로 못한다면 봉사할 사람 한 사람도 없다. 이런 저런 교회일로 잠도 못자고 봉사하시는 모집사님 당신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역시 예상대로 말해 놓고 본전도 못 뽑았다.
얼마 전 블루베리 농장 다녀오는 길에 장로님이 말씀 하셨다. 하나님이 제일 싫어 하시는 것이 성령의 믿음을 배신하는 일이라고. 나한테 하시는 말씀 같아 엄청 뜨끔했다. 내가 열심히 교회 다니는 사실을 기뻐하시는 어머니께서도 안부전화 중에 한마디 하신다. “애 아범아! 힘들어도 할 수 있으면 해라. 목사님 힘들게 하면 그것도 죄 된다.” 그래 하자 주차봉사!
봉사에 대한 한동안의 갈등 그만 접기로 했다. 이 이야길 쓰는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이렇 게 글로써 봉사의 의지를 다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주보 만드시는 우리 집사님 한 주일 분량 신경 안쓰시게 해 드리려 하는게 그거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봉사이니까!
양봉욱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