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복있는 사람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한다”(잠언 29:18)를 ‘비전이 없는 사람은 경거망동한다’ 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삶에 ‘꿈’ , ‘비전’ 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또한 숱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읊조린다고 해서, 되뇌인다고 해서 저절로 꿈이 생기고 비전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이 말들을 남발 하고 남발 되고 있는 것을까? 그만큼 우리네 인생에 꿈과 비전이 결여 되어 있고 더불어 그 정확한 정의를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지금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에서 저자는 비전이, 꿈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정의하며 동시에 그 결여된 꿈과 비전을 어떻게 세워갈 것인가를 쉽고 매끄러운 낱말로 녹여내고 있다.
목회자인 동시에 학자인 저자는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내공으로 성경의 주요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리스도인의 참된 비전, 곧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보고 소망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일깨우고 있다.
책은 노아를 시작으로 사도요한까지 허다한 우리 믿음의 선배 14명의 인생 역정의 명암을 고스란히 노출시키며 비전이 그들에게 어떤 능력을 주어 어떻게 그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감당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처음 책을 접하면서 무슨 책 제목이 이렇게 길까? 라는 인상이 짙었다. 그러나 다 읽노라면 저자가 제목에서 말하고 싶은 열망이 무엇이었는가를 알게 된다. “지금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는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할 꿈과 비전, 좀더 학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자면 기독교 세계관을 신앙의 인물들에게서 찾아내며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질 수 있는, 그리고 가져야하는 비전을 하나님 나라의 회복과 완성임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물론 그리스도인들이 궁극적으로 소망해야하는 참 힘이 나는 이야기지만, 어쩌면 그만큼 현실이 암담하고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책속으로 가보자. 저자는 비전과 꿈이 결코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직언하며 충분히 기성세대가 된 그리스도인들을 도전하고 있다. “아브라함은 백살에 언약의 아들을 얻었고 모세는 여든 살에 소명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 비전으로 인해 청년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무척 공감이가고 마음을 설레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면서 자녀들에게 꿈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기성세대인 나는 비전이 없는 삶을 살면서 자녀들에게 독촉하는 것은 ‘너나 잘하세요’ 라는 볼멘 소리를 듣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비전을 놓아버리면 그때부터 나이와 상관없이 노인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내가 가진 꿈을 자녀들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함을 깨닫게 하고 있다.
한가지 더 느낀 것은 꿈과 비전은 이론이 아닌 삶이라는 것이다. 실제라는 것이다. 바울이 책상 앞에 앉아 자신의 비전이 무엇인가를 골몰한 끝에 로마도 가야 하리라는 비전을 얻은 것이 아니다. 만사를 뒤로하고 심산유곡 기도원에서 금식기도 하다가 얻은 것도 아니다. 모진 고난과 형극의 고통이라는 삶속에서 얻은 것이다. 야곱이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났을 때 그는 도망자 신세, 허허벌판이라는 삶의 현장이었다. 비전은 결코 삶과 괴리가 있어서는 안된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신앙인들은 결코 먼 발치에서 잡히지 않는 꿈만 꾸고 세월 탓, 환경 탓으로 자기 합리화의 마지못한 인생을 산 인물들이 아닌 주어진 현재의 삶을 최선과 충실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 허다한 증인들이었음을 자랑하는 것은 그리 밝지만 않은 이민자의 오늘을 살며 증인들을 뒤따르는 우리들이 적어도 비전을 소유한 자라면 어떤 신앙의 경주를 현실속에서 살아내야 하는지 그 답을 찾게하고 있다.
방황하는 자녀에게 부모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갈등하고 고민하는 친구에게 친구가 권하기에 좋은 책이다. 믿음으로 인생을 경주하던 인물들의 삶을 책을 통해 따라가다 보면 그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의 이야기요, 지금도 살아계서셔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이야기, 비전과 꿈의 실제를 보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