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후회

아직 오십 줄이 먼 나이인데
지난 설교들이 부끄러워진다.

악다구리 해야 사는 시장바닥에서
말씀 지키며 살지 못했다며
십자가 앞에서 눈물 흘릴 주변머리도 없어
눈물보다 진한 부끄러움에
목사 눈 마주치지 못하던 그 아픔을

자기 마음 하나
붙잡고 가기도 버겁던 젊은 목사가
조금이나 알기나 했을까

주일성수 안 하면
믿음 없는 성도라고 외칠 때
상사 눈치에 밤늦게까지
회식 따라 다니다
눈에 핏발까지 생겨
늦잠 자는 게 소원이라던 그 아픔을
월요일이면 주일의 노동에
편히 쉬어야 한다며
주일 밤을 설레며 지새우던 젊은 목사가
조금이나 알기나 했을까

술 먹지 말라며 외칠 때
상사의 비아냥거림을
처자식 생각해 가슴에 묻고
술이라도 취한 척 울분 토해내고
아직 술 냄새 가시지 않아
목사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해
교회마당 멀리서 목례만 하던 인사의 의미를
어른 목사님의 작은 핀잔에도 억울하다며
술 먹으면 목사인생 끝장이기에
기도밖에 할 게 없던
강제된 거룩에 싸여있던 젊은 목사가
조금이나 알기나 했을까

아직 오십 줄이 먼 나이인데
지난 설교들이 많이 부끄럽다

김성국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