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그리움이 짙어집니다” 첫 예배를 드린 후 아내와 교회 정리를 하고 나서 집에 돌아온 12년 전의 그날은 그냥 평소의 주일처럼 그랬습니다. 사진 한 장 남길
생각도 없었고(그때까지도 저희 집엔 그 흔한 카메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축하 케잌을 자르는 것조차 생각도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인 양 교회 대문 잘 걸었는지 확인하고 무덤덤히 돌아왔던 날이었습니다. 지나와 지금 돌아보니 그 또한 요란한 형식에 물들지 않으려는 갈보리교회 정신의 시작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교회성장을 위해 야심찬 프로그램 하나 준비하지 않고 시작한 것은 저의 게으름이고 준비되지 않은 목회라고 고백합니다. 그런데도 마음은 한 번도 조급함이나 어둡지 않고 기대에 찬 희망이 있었던 것은 말씀 준비만큼은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말자는 다짐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이름이 알려진 갈보리교회로, 넓은 예배당 안에 빈자리 보다 성도들이 앉은 자리가 더 많아진 모습에 “내가 이런 목회능력을 가진 목사가 아닌데!”하며 나도 놀랐습니다. 그것은 오직 더 세상의 빛이 되어 달라시는 갈보리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축복이셨습니다.
몇 일전 30층 짜리인 서울의“테크노마트”빌딩이 흔들려 3일 동안 빌딩이 폐쇄된 것이 톱뉴스였습니다. 그러다가 안전 진단 후 엊그제 다시 열었습니다. 모두들 삼풍 백화점이 연상되어 출입하지 않는 그 곳을 출입 허가된 다음 날 교회 부목사님 세분과 점심식사를 하러 일부러 테크노마트 Food Court에 갔습니다.
예상대로 썰렁한 분위기에서 식당 주인의 환대를 받으며 식사를 했습니다. 주인이 어느 대형교회의 권사님이어서 반갑게 인사하며 “이렇게 어려운 데를 일부러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절대 무너지지 않으니 안심하세요!”라는 말에 진심이 베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교회에는 수십 명의 목사님이 계시는데 위로 전화 한 통 없는 것에 내심 섭섭해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성도는 교회로부터 큰 것 바라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삶에 세상이 줄 수 없는 작은 위로를 바라며 교회에 큰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세상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교우들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갈보리교회는 그렇게 수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하늘의 천국을 이 땅에서
미리 맛보게 하기 위해 12년 전 오늘 세워졌습니다. 이제 이태한 목사님과 함께 목회자와 성도, 성도와 성도가 서로 섬기며 위로해 줄 때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늘의 위로와 소망을 품은 갈보리교회가 계속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2년 전 이맘 때쯤 저 혼자 훌쩍 한국으로 돌아와 2년을 지내는 동안 갈보리에서 품었던 그 열정을 한시도 잊은 적 없습니다. 아직도 그 순간, 그 얼굴 모두 가슴에 담고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즐거움으로 음미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점점 그리움은 짙어집니다. 오늘 12주년을 맞는 갈보리교회, 더 아름다운 교회로 빛나기를 기도합니다.
망우교회 담임목사 김성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