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예비하고 계신다

하나님은 예비하고 계신다

2007년, 뉴질랜드에서 15년 가까이 해오던 여행사를 한국으로 옮기기로 하고 서울로 가서 사무실을 구하고 새로 법인을 설립하고 직원 구하고 하는 것들이 대학 졸업 후 정부출연 연구소에만 근무했던 나로는 무척이나 생소한 일이었지만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마치고 친구들의 열화 같은 성원과 함께 개업식을 하고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15년 만에 돌아온 친구를 도와준다고 고등학교 대학교 사회의 선 후배 도움으로 회사가 자리를 잡아 가던 어느 날, 시드니 출장 가는 나를 위해 거래은행 지점장인 동창 친구가 송별 점심 하자고 회사 근처에 사무실이 있는 고교 동창을 전부 불러 모았다. 무슨 일로 가느냐, 언제 돌아오느냐, 돌아오면 술 한잔 하자며 수다 떨던 중 한 친구 가 권하는 음식을 먹으려고 일어나던 중 어떤 암흑의 동굴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제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변 친구들이 웅성거리며 나를 둘러싼 채 쳐다보고 있었다. 난 내 전화를 주고 저장번호 1번을 눌러 상황을 이야기하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 저장번호 1번은 50년 지기로 의사인 동창 친구이다.

다시 정신 차린 곳은 119구급차 안이었다. 구급대원이 인적 사항 등 여러 질문을 했고, 난 구토를 하면서 대답을 하는 가운데 강남 성모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이후로는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같이 수술실로 옮겨 졌다. 수술을 마치고 일반 병실로 옮겨진 나, 생과 사를 넘나들던 이 과정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나갔다.

식당에서 전화받은 친구는 강남 성모 병원에 근무하는 다른 동창에게 전화해서 김경수가 쓰러져 긴급 후송 중이니 수술 잘하는 의사 부탁하고(그 친구는 척추수술 권위자로 성모병원 실력자로 평상시 바빠 전화 통화하기 힘들다는데 바로 통화되었다고 한다.) 수술 동의서는 다행스럽게 철강무역 하느라 출장이 잦은 막냇동생이 바로 연락이 되어 병원으로 와주어 사인 해주었다고 한다.

수술하는 사이 한 친구가 건강보험공단으로 뛰어다니면서 의료 보험 카드 만들고, 별별 일을 다 한 후 일반 병실로 돌아온 것이다. 이렇듯 한고비를 넘기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성모 병원에서 친구가 운영하는 병원으로 퇴원하였다. 50년 지기 친구는 특실 입원실을 하나 내주고 수시로 목욕을 같이 가주고 맛있는 것 사주고 그야말로 최고급 하숙 생활을 하게 해주었다. 정형외과 병원 인지라 엉터리 환자들도 있서그들과 노래방도 다니고 가끔 찾아오는 대학 후배들과 운동도 하러 다니던 어느 날 아침 운동을 하고 온 나를 친구가 보더니 이상하다며 MRI를 찍더니 찍은 결과를 수술했던 의사와 통화 한 후 구급차로 성모병원으로 보내버렸다.

이번엔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이란다. 또 한 번의 고비를 넘기고 다시 친구 병원으로 돌아온 후 성모병원으로 통원 치료한 지 6개월 만에 비행기 타고 돌아가도 된다는 수술 집도의의 허락이 떨어졌다.

드디어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하던 날 나를 지켜주었던 모든 일이 생각이 났다. 출장 가기 전 회식부터 돌아오는 그 날까지 위기의 순간에 항시 옆에 있었던 친구들,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멀리에서 생과 사의 기로에서 오락가락하는 나를 위해 기도해주신 목사님과 교회 식구들 그리고 가족의 기도 힘이 순간순간마다 나를 새로운 삶의 길로 이끄신 것이다. 이렇듯 하나님은 언제나 어려움의 길목에서 예비하고 계시다가 구원해주신다.

돌아온 지 5년여가 지난 지금도 생각난다. 사망확률 70퍼센트가 넘는 수술을 하고도 많은 열정과 노력과 돈을 투자해 만든 회사를 버리지 못하고 아까웠던 생각,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게 봉급 달라고 전화하던 직원들의 서운함, 면회 와준 장로님, 대학 은사님, 위문 공연 와준 대학동창 아줌마들, 후배들, 고교 동창들, 나를 이민 오게 한 목사님 되신 선배 등 이들의 기도와 바램으로 회복하고 건강하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는 오늘도 감사하며 행복해한다.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 생각하지도 못하였다 함과 같으니라” (고린도전서 2:9)를 오늘도 고백해 본다.

김경수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