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가요, 목사님. 어둠이 처마 밑에 내려앉으면 가슴이 메이고 눈물이 나는 것 싫어서 가요 (집사님은 눈물이 많았고 특히, 해가 지는 저녁 놀을 바라보면 자꾸만 눈물이 난다고 종종 말했는데 그 의미인 것 같습니다).
조금이나마 근처에, 오고 가기 쉬운 곳에 보고 싶을 때 달려 갈 수 있는 그런 곳에 살고 싶어서요. 12년 동안 일 년에 이틀 반만 쉬면서 너무 열심히 (?) 일만 하다가 이렇게 좋은 사람들 많이 사귀어 보지 못하고 가는 것이 너무너무 슬퍼요. 조금 덜 일하고 조금 더 열심히 교제하기에 힘쓸 걸 아쉬워요.
목사님, 일일이 다 만나서 고맙다. 미안하다 말하고 싶지만 못해요. 차마 간다는 소리를, 교회도 제대로 섬기지 못했으면서 제 자식 공부 뒷바라지 한답시고 교회를 팽개치듯 뒤로 하고 훌쩍 떠난다는 것이 너무 미안해서 못해요. 너무 많은 사랑만 받다가 갚을 기회조차 만들지 않은 것 같아서…
목사님, 사모님 고맙습니다. 자주 뵐 순 없지만 가끔이나마 볼 수 있었으면 … 여의치 않으면 우리 그곳에서 만나요. 지난주를 마지막으로 아들이 공부하는 호주로 떠난 손상섭, 구미희 집사 부부가 저의 핸드폰 카톡으로 보내온 메시지입니다. 본인들이 떠나는 것을 극구 우리 성도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해서 지난 주일이 마지막 주일인 줄 알면서도 여러분들에게 떠나는 인사를 할 시간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저도 예배 후에 항존 직분자 모임을 하고 나니 두 분은 이미 행방이 묘연했습니다. 전화도, 핸드폰도 침묵만 지키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월요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아무도 두 분의 자취를 알지 못했습니다.
마음속으로 무척 서운해하고 있었는데 월요일 밤 9시가 넘어서 카톡으로 문자가 전해졌습니다. 그래도 부족한 목사 잊지 않고 떠나는 인사를 전해주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 한 가정을 떠나보내야 하는 목사의 아픔을 이민 교회의 특성이라고 위로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아픔이 깊다는 생각이 듭니다. 붙잡아도 가신다는데 웃으면서 보내드리지만, 목사의 가슴은 타들어 갑니다. 모두 목사가 부족하고 변변치 못해서 떠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손, 구 집사님, 어디를 가든지 주와 함께하는 이민자의 삶을 살아가시고 하나님의 인도 하심이 걸음걸음에 넘치시기를 기도합니다.
이태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