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살아가기 9개월째

뉴질랜드 살아가기 9개월째

하나님 한 분만을 의지하고 이곳으로 왔다. 하나님은 세계 어느 곳에나 계시는 분이시기에 그만큼 큰 빽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항상 나와 동행해 주신 뉴질랜드에서의 삶이었기 때문에 심각하게 힘들어 본 적이 없었던 날들이었는데, 언제부터 인가 마음에 병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 길거리의 작은 이정표를 보며 집을 찾아다닐 수 있고 비슷하던 집들도 제각각 다름이 눈에 보일쯤 마음에 병이 들어온 것이다. 더듬이를 머리끝까지 세우지 않아도 길거리를 찾아다닐 수 있게 되어서일까? 여기저기 영어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이제 겨우 몇 마디 하는 영어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일까? 어느덧 감사의 언어가 사라져 가는 나를 본다.

입은 웃고 있는데 마음은 정작 웃질 못하는 나,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CGN 기독교 방송을 보며 또 말씀을 더 사모하며 내 마음을 추스르던 어느 날 전화가 울린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친구 같은 분이라 나는 쉴 새 없이 나의 허전한 마음을 그에게 넋두리했다. 영어공부를 해도 금방 잊어버리고 더 안 들리는 것 같다. 내 머리가 정말 나쁜 것 같다고 투덜거리는 내 말을 잠자코 듣던 그녀가 “ 어제 한 공부가 오늘 보면 또 새롭지요. 매일 새로 시작하는 그런 기분이죠 .” 라며 맞장구를 치며 “그래도 공부해야 합니다. 몇 달 뒤 그게 바탕이 되어주거든요.

지금은 쓸모없어 보이지만 계속해서 공부해야 꺼내 쓸게 생긴답니다. 이 나라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영어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므로 낙심하지 말고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고 한다. 몇 마디 길지 않은 말이었지만 그간 의기소침해 늘어져 있던 나에겐 내가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지 한번에 정리될 수 있는 말이었다.

통화를 마치고 나는 바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아버지 정말 좋은 자매를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데 그간 내게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 생각났다. 열심히 물건을 실어다가 주신 집사님. 집을 알아봐 주신 집사님. 남편의 일자리를 구해주신 집사님, 이것저것 물건을 나눠주셨던 집사님들, 항상 교회에서 환하게 웃어주시던 집사님들의 모습이 하나씩 하나씩 그려지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 나를 이곳에 보내시면서 이렇게 좋은 분들을 붙여주셔서 이렇게 잘 지내고 있었던 것임을 기도 속에서 더 크게 깨닫게 되었다.

가슴속에서 힘이 불끈 솟아오른다. 감사하며 살아야지! 오늘을 이겨낼 힘도 감사의 기도이고, 내일을 기쁘게 살 힘도 감사의 기도뿐인 것을 새삼 더 크게 느끼며 환하게 웃어본다.

이복연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