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비

기념비

2004년 3월, 뉴질랜드 땅을 처음 밟게 되었습니다. 석달 동안 지내면서 ‘이 땅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명자로서 마음의 소원만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 후 7년째 되는 2011년 여름, 단기선교팀을 이끌고 중국에 갔을 때 하나님께서 저에게 선교의 강렬한 열망을 주셨고 저는 진지하게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마침 뉴질랜드에 있던 친구 목사로부터 요청이 있었고 하나님의 뜻을 확인하고자 뉴질랜드를 방문하게 되었고 열흘간의 일정을 보내는 동안 한국의 사역을 정리하고 뉴질랜드에 올 것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이 반대를 하셨고, 제가 존경하는 멘토이신 담임목사님도 반대를 하셨습니다. 그런 반대 속에서 저에게 든 두 가지 마음은, 이것이 하나님의 분명한 인도하심 이라면, 반드시 그 길을 가야 한다는 것과, 혹시 내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잘못 이해하여 실패한다 할지라도 그것 또한 가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뉴질랜드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건강에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뉴질랜드에 오기 2주전 건강검진을 통해 간 수치가 높아서 약을 처방받았고, 고혈압으로 이미 약을 먹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보다 높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건강상태로는 워크비자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뉴질랜드에 도착해서 야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러한 비자 심사기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 땅에 오는 것을 다시 고려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깨달아 지는 것은 이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도하면서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혈압이 정상으로 나왔고 피검사를 통해 간 수치와 콜레스테롤 수치 또한 정상으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비자를 신청했는데 1주일 만에 2년 워크비자가 나왔습니다. 이것은 저에게 큰 감동과 확신을 얻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온 것이 맞구나! 하나님께서 나를 이 곳에 보내신 것이 맞구나!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강을 건너면서 그곳에서 가져온 돌로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을 기억하는 기념비를 세우게 됩니다. 정상진단이 나온 건강검진과 워크비자는 뉴질랜드 첫발을 디디며 저희 가족에게 보여주신 기념비가 되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 그 기념비를 봅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신실하게 지금도 함께 하고 계심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성철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