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부터 발간된 영국 인명사전은 2004년 부터 옥스퍼드대학 출판부가 주관해 오고 있는데, 해마다 새로운 인물이 추가 되어 2013년 현재 5만 7천 348명이 수록되어 있고 아직 생존해 있는 사람은 이름을 올리지 못합니다. 대학 출판부 측은 2010월 5월 ‘윌러스 하틀리’라는 새로운 인물을 추가로 등재했습니다. 그는 어떤 이유로 인명사전에 오르게 되었을까요?
1912년 4월 15일 타이타닉호의 침몰로 1,517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우리가 이미 익히 알고 있습니다. 침몰 당시 아수라장으로 변해가는 배에서 끝까지 침착하게 음악을 연주한 악단이 있었습니다. 바로 윌러스 하틀리와 그가 이끄는 일곱 명의 연주자였습니다. 그들은 배의 갑판에서 배가 가라앉기 세시간 동안 연주를 계속했습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연주한 곡은 찬송가 <내주를 가까이 하려함은>입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승객들의 동요를 줄이기 위해 악기 연주를 쉬지 않았던 그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시신은 바이올린이 몸에 묶여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최후의 순간까지 악기를 껴앉고 연주했던 악단,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기리는 기념물은 영국, 호주 등 13곳에 세워졌는데 배와 함께 생을 마감한 선장의 기념물보다 두 배나 많다고 합니다.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살길을 찾아 아우성치고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을 겁니다. 그들도 침몰하는 배에서 얼른 탈출해 더 살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다른 승객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연주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배가 완전히 침몰할 때까지 공포의 세시간 동안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요?
그 연주자들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침착하게 연주를 계속했고, 그래서 결국은 자신들의 시신이 바이올린에 묶인 채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그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이 악단을 인명사전에 올린 옥스퍼드대학 출판부 측은 그들에 대해 이렇게 평했습니다. “이 음악인들의 용감하고 자비로운 행동은, 재난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존엄성과 영웅적 자질을 보여준 상징이 됐다”.
영웅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자신이 가진 재능과 자신이 할수 있는 일로 다른 사람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면, 더욱이 다른 사람의 영혼까지도 구원 할 수 있다면 그는 분명 영웅이 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스스히 잊혀지고 있을 즈음에 새삼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과 비교하여 끝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았던 악단 일곱명이 오버랩됨은 어쩜일까요?
이태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