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툇마루에서 고개만 내밀어도 바다가 보이는 동네에서 중학교 때까지 살았습니다. 지금에 비하면 원시적인 도구에 가까운 낚싯대로 한 발만 더 내딛으면 바로 바다에 빠질 방파제 끝머리에서 낚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제게는 바다가 익숙한 곳입니다.
그러나 간혹 태풍이 불면 정말 산더미만한 파도들이 쉴 새 없이 밀려와 말 없는 바위를 휘감아 때리며 사라질 뿐입니다. 그러나 참 이상한 것은 아무리 파도가 넘쳐도 물고기가 그 넘치는 물결에 빠져 죽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닷물이 넘쳐서 물고기가 넘친 물에 빠져 죽었다는 말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넘친다는 말은 남아서 풍성하다는 말입니다. 바닷속의 물고기가 바닷물이 닿아 없어질까 봐 걱정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바다에는 물이 남아돌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나는 새가 날아다닐 공간을 찾으려고 애를 쓰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하늘에는 새들이 날아다니는 공간이 남아돌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이 주님의 자비가 멈출까 봐 걱정한다면 그것은 넘치는 하나님의 은혜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긍휼이 사라질까 봐 불안해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떠합니까? 자비로 넘치는 하나님의 은혜의 잔이 보입니까? 아니면 그 넘치는 은혜의 잔이 마를까 봐 노심초사입니까?
은행통장 잔액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어질 것 같습니까? 더는 진척이 없는 학업의 벽에 직면할 것 같은 염려가 시작되고 있습니까? 건강 줄에 이상이 생길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십니까? 아니면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를 받기에는 너무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생각이 듭니까? 하나님의 자비를 입기에는 매우 가증스럽다는 죄책감에 젖어있습니까?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결코 모자라는 법이 없습니다. 지금도 넘치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잔 안에 돈은 모자라도, 내가 비록 죄 중에 헤매고 있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자비는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나니” (로마서5:20).
이태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