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전, 저는 갑자기 찾아온 어떤 결정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정하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인생 전부를 바쳤던 삶을 접고 자의가 아닌 어떤 흐름에의해 새로운 여정을 해야만 했습니다. 아내, 두 자녀와 함께 부모, 친구, 그리고 직장 동료들과 어색한 작별을 하며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했습니다. 다음날, 우리 가족을 정다운 친구처럼 환영해주는 비를 맞으며 오클랜드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비행기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결정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인지 “왜 하나님은 이렇게 갑자기 뉴질랜드로 우리 가족을 인도하고 계실까?”라고 말입니다.
사실 저는 오래전 아이들이 초등학교 2, 3학년 정도에 이곳으로 교육 이주를 오기로 계획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계속 기도했으나 응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때가 아닌가 보다 생각했었고 그러는 사이 아이들이 중학교 입학하게 되면서 이제는 교육 이주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만약 기회가 온다면 아내와 두 아이만 뉴질랜드에 정착시키고 저는 2, 3개월 후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소위 말하는 기러기 아빠로 남을 생각이었습니다. 만약 그 갑작스러운 결정이 없었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저를 지금까지 이곳에 있게 하셨습니다. 지난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저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었고 성취도, 좌절도 있었고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느라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른 일도 많았습니다. 더욱이 2주 전에 어떤 해프닝에 의하여 저는 집사가 아니라 잡사에 더 가깝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저를 성장시킨 생산적인 시간들이었습니다.
이 글을 내리면서 하나님은 어쩌면 제게 또 다른 갑작스러운 결정을 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의 평생에 지난 2년 반은 한국에서 겪지 못했던 생활을 하나님은 주셨습니다. 그 많은 일들 속에서 저는 어떤 모습이 되어갈까 기대해봅니다.
여전히 저는 아직 집사보다는 잡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시 이런 글을 쓸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 잡사가 아닌 집사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그러면서도 난 잡사냐 집사냐는 이 질문은 앞으로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 계속되는 여정에 하나님께서 항상 함께하시길 소망하며…
전인우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