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올 해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수상한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전혀 교육을 받지 못한 빈민가의 소년 ‘자말’이 6억원 상당의 퀴즈쇼에서 우승하는 과정을 담은 내용입니다. 무학의 소년 ‘자말’이 퀴즈쇼의 문제를 맞힐 수 있었던 것은 문제의 답이 모두 그가 자라오면서 겪었던 사건들 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난한 빈민지역에 당시 가장 유명한 배우가 헬리콥터를 타고 방문했습니다. 마침 재래식 화장실에서 일을 보던 어린 ‘자말’은 문이 잠긴 화장실에서 똥통에 풍덩 뛰어들어 그 밑으로 탈출합니다. 전신을 질펀한 똥으로 뒤집어 쓴 ‘자말’은 그 유명 배우의 사인 을 받는데 성공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배우의 이름을 묻는 퀴즈쇼의 문제에 정답을 맞히지 못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영화속의 ‘자말’에게 퀴즈정답은 똥을 뒤집어쓰거나 가난과 죽음을 넘나 든 생의 몸부림이었지만 방청객인 타인들에게는 정답을 맞히는 과정이 하나의 즐거운 쇼임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자말’의 오물을 뒤집어쓴 수치와 아픔을 모른 채 웃고 즐기는 방청객의 모습에서 천박한 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선택한 죽음으로 그의 생을 마감했습니다. 학벌지상주의 사회에서 가난함은 그를 교문 안으로 허락지 않았고 실력으로 그것 을 극복하였어도 세상은 그를 영원한 아웃사이더로 밀어냈습니다.

그렇지만 아웃사이더의 외로움은 그로 하여금 골 깊게 나뉜 지역주의 타파를 당당히 부르짖으며 실천하게 하였고 가난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낮은 땅 위에 권위주의를 내려놓을 줄도 알았습니다.

얼마 전까지 그 분의 행적에 대해 하루하루 쇼를 즐기는 태도로 미디어들은 보도했고 세상은 그것을 즐겼습니다. 지금생각해보니 세상이 그의 소식을 즐기고 있을 때 그는 ‘자말’처럼 오물을 뒤집어쓰고서 견뎌내는 삶의 아픈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죽음 앞에 미안한 마음으로 더더욱 죄스러워하고 슬퍼합니다.

그동안 “너”의 삶을 모른 채 얼마나 많은 못을 “너”의 가슴에 못 박았는지, 나를 기준으로 얼마나 여러 번 이웃을 제단 했었는지를 뒤돌아보며 부끄러워합니다.

김성국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