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를 맞습니다. 목사로 살아온 지 어언 20년이 됩니다. 연륜은 쌓이는데 지나쳐 온 거리만큼 점점 희미해지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정월 초하루를 산속 기도원 냉한 마루에 엎드릴 줄 알았던 그때의 열정이 식어 가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양들을 돌봐야 하는 사명에 열심히 사람을 쳐다보다가 언제부터인지 하나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교우들을 위한 말씀만 선택하다가 하나님이 원하시는 말씀은 자꾸 감추고 있습니다. 명예로운 삶을 추구하다가 명예가 멍에 되어 마음 없는 위선의 몸짓이 되어 있 습니다.
죄를 건드리는 설교하면 부담 느껴 다음주일에 안 오면 어쩌나는 생각으로 대언자의 소임을 접어가고 있습니다. 진실함으로 교회당을 채우겠다는 결심이었는데 숫자 생각하는 나를 보고 이젠 놀라지도 않습니다.
성경이 꿀맛이어야 한다는데 주일 설교 본문 찾는 조바심에 입맛도 잃은 채 성경 뒤척이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교인들의 아픔을 듣고는 잠 못 이루는 목회양심은 남아있어 그 끈을 붙잡고 있습니다.
성도의 아픔이 더 이상 나의 아픔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 목회를 그만 두어야겠다는 마음입니다.
김성국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