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풀어지고 싶다

때론 풀어지고 싶다

10여년을 가장으로 살아오다
기진해진 어깨
‘누워 자라’ 하시면서
이불 덮어주던
어머니의 방에 눕고 싶습니다

목회자로 살아 온지 십 수년
꽁지 머리 기르고 수염은 길러
지나가는 여우비에
호박 잎 위로
빗물 둥구는 마당에 서서
오줌발 날려 보고 싶습니다

주일 아침
주보 받으며 들어서서
지긋하신 권사님의 등 두드림 받고
오늘 설교 무엇인지 확인하고는
설교 시간에 졸다
아내 눈총 받고 싶습니다

폭설에 갇혔던 대관령 고개
아이 소변통에 앉아
차 안에서 일 보던 아내가
내 앞에서 마음놓고 풀어 진 곳
다시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길창덕의 꺼벙이, 박수동의 고인돌
윤승은의 꼴찌와 한심이
배 깔고 엎드려 읽으면서
낄낄대고 웃고 싶습니다
설교준비와 상관 없이

부침게 만들다가
제일 먼저 만든 것
목사님 갖다 드리라던 어머니 말씀 생각나
신문지 덮은 접시 들고
문 나서는
기복신앙이라고 흉보던 믿음
다시 가져보고 싶습니다

심방날짜 받아놓고
성경찬송 올려 놓을 작은 상 사러
여기저기 다녀보고
우리 가족 위해 간구하는 목사님 기도에
눈물 흘리고 싶습니다

이젠 너무 세련되어
다 잃어 버린 모습
모두 허물고 풀어 헤쳐
하나 둘씩
다시 모아가고 싶습니다

김성국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