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솔이는 며칠 전부터 planning 하던 에세이를 오늘 새벽까지도 작성하고 있었다. 그정도면 될 것도 같은데 고치고, 다시 쓰고의 반복. 결국 아침도 먹지 못하고 학교로 향해야만 했다. 나는 다솔이를 태우고 아침 시간, 꽉 막힌 도로를 요리조리 곡예를 하며 빠져나갔다. 집에 돌아오니 나는 벌써 진이 다 빠져 있었다.
“서둘러라”, “밥 먹고 가라”라는 외침은 허공에 사라지고 나 홀로 우두커니 있었다. 그리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최선을 다하려는 그 아이의 마음을 알기에 가엾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하나님께서 이 아이와 동행하여 주시고, 이 아이를 사용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하였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도 주님의 뜻을 따라 최선을 다해 살아갈 때, 주님께서도 나를 긍휼히 여겨 주시겠구나!’
나는 얼마 전부터 ‘풍성한 생명’ 성경공부에 동참하게 되었다. 아픔과 상처가 있는 지체들이 모여 서로를 위해 중보기도하고,말씀을 배우며 삶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집에 돌아오면, 같이 공부했던 한 분 한 분이 떠오르고, 때로는 그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 나도 모르게 기도가 나왔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지체’의 개념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한 몸을 이루고 있는 지체의 각 부분이라는 것. 하나의 아픔이 모두의 아픔이고, 하나의 기쁨이 모두의 기쁨이었다.
어느덧 나는 뉴질랜드에 온 지 2년이 훌쩍 넘었다. 지금 나는 ‘뉴질랜드에서의 삶’이라는 에세이를 써 내려가고 있다. 기한은 언제까지 일까? 2년? 3년? …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신부가 신랑을 맞이할 등불을 준비하고 기다리듯, 깨어서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주님을 바라며 고대하는 시간이 되길 원한다. 그리스도 몸의 작은 지체됨을 감사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따르는 삶으로 한 줄 한 줄 채워가길 소망한다.
이혜경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