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었던 오클랜드를 떠나 이곳 캔버라에 온 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나갑니다. 늘 눈감으면 떠 오르는 아름다운 오클랜드의 모습은 이제 아름 다웠던 추억으로 남아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이곳 캔버라 날씨는 호주에서도 가장 춥다는 겨울이 있고(밤엔 영하 5-6도) 여름 한낮의 햇살은 또 얼마나 뜨거운지 운전하기 어려울 도입니다. 바다와는 2-3시간 거리 정도 떨어져 있고 분지라서 마치 한국의 대구날씨 같다고 합니다. 혹시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캔버라 를 간단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캔버라는 시드니와 멜번 사이에 있는 도시인데 시드니와 멜 번이 서로 수도가 되어야 한다고 우기는 바람에 결정을 못하고 그 중간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 수도로 결정하면서 만들어진 신도시입니 다. 도시가 생기기 전에 이미 완벽한 도시설계를 통해 지어진 도시입니다.
100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도시답게 고풍스러운 건물은 거의 없고 모두가 현대식으로 지어진 웅장한 건물이 많이 있습니다. 호주를 대표하는 국회의사당 건물과 웅장한 전쟁박물관 사이에는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는 커다란 Burley Griffin 호수가 캔버라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시티를 형성하는 번화가는 오클랜드 정도 크기이지만 현대식 건물만 있어서 우아함이나 고풍스러움은 전혀 없습니다.
시티에 있는 쇼핑몰은 어찌나 큰지 잘못하면 길 잃어버릴 정도입니다. 인구는 약 30만 명으로 호주내에서 8번째 도시라 합니 다. 전체적으로는 작아서 어디든 차로 20분 내 외면 도달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이곳에 있는 ANU(호주 국립대학)는 호주 내에서 제일 좋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교로 명성이 자자하여 많은 한국인 자녀가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고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브라이언 슈밋도 이 곳에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호주 내에선 가장 수준이 높다는 (정부관료들이나 공무원들 이 많이 살아서) 평을 받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동물원에서나 보던 캥거루가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산이나 들에서 뛰놀고 있고 심지어 집 정원까지 들어오는 광경을 봅니다. 뉴질랜드의 포섬 이 차에 치여 죽듯이 이곳에선 캥거루가 차에 치여 죽어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보는 곳…. 과연 이곳이 호주임을 실감하곤 합니다.
이곳 캔버라에는 13개의 한인교회가 있고 교 민은 2000-3000명 정도라 합니다. 제가 지금 섬기는 교회는 어른보다는 청년(70여명)이 더 많은 교회입니다. 첫 예배를 드리며 놀란 것은 청년들의 뜨거운 신앙 열기였습니다. 청년들은 예배 마치고도 남아서 2시간 이상 셀 모임을 하는데 잘 훈련된 셀장들이 열정적으로 셀원들 을 가르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려 운 가운데에서도 십일조를 하는 청년들이 많으며 수요예배에도 40-50여 명씩 참석하여 찬양과 기도로 예배당을 울리고 있습니다. 열분도 안되는 어른 집사님들이 청년들을 위해 매주 밥을 준비해서 나누는 모습과 고마운 마음으로 청년들이 자진해서 청소와 설거지를 도맡아서 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섬김과 봉사의 모습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아직 성가대도 없는 작은 교회이지만 오히려 더 많은 은혜와 도전을 청년들을 통해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해왔던 신앙생활이 얼마나 안일했으며 또 틀에 박혀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캔버라에는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에서 온 청년들이 많아서 그들을 전도하고 신앙을 갖게 하는데도 힘을 쏟 고 있습니다.
잘 보살펴 주고 신앙을 키워주면 한국에 돌아가서도 주님의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제가 이 교회에서 목사님 빼고 나이가 제일 많습니다. 갈보리 교회에서는 재롱(?)도 떨고 해야 할 나이였지만 여기에선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그리스도인의 모든 일은 그냥 우연히 이루어지는게 하나도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며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게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믿고 있습니다. 모든것을 선하게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그분 만 의지하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떠나온 그날부터 오늘까지 병상에 누워있는 기섭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놀라는 능력이, 권능이, 은혜가 주의 귀한 자녀인 기섭이에게 임하사 완쾌시켜 주셔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을 몸으로 증거하는 그런 역사가 일어나게 하여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황량한 호주 들판을 2-3 시간 달려 바닷가로 가면… 오클랜드와 비슷한 해변 마을을 만나게 됩니다. 향수를 달래려 그 먼 길을 벌써 몇 번 씩 다녀왔습니다. 늘 그리움을 가슴에 이만큼씩 쌓아두고 삽니다. 이젠 마음의 고향이 되어버린 오클랜드입니다.
주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 된 우리가 이 세상 살면서 누려야 할 복……. 그중의 하나가 믿음의 형제자매로서 서로 그리워하는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늘 오가는 소식이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기를 주의 이름으로 기도드리겠습니다. 주 안에서 갈보리 교우 모두를 사랑합니다. 축복 합니다.
캔버라에서 김영길장로/신경화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