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ion of the Christ”

“Passion of the Christ”

내 몸에 제사장의 피가 흐르고 있나봅니다
아내는 영화를 보며 연신 우는데
나는 박히는 쇠 채찍질조차
의연하게 마지막까지 보았습니다
눈물 한 방울 없이

내 몸에 베드로의 피도 흐르고 있나봅니다
함께 깨어있어 달라는 그 절박한 겟세마네의 읍소에
태평스레 잠이 든 그 제자
나도 그 험한 장면 나오기 전에
내 영화보기 습관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내 몸에는 구레네 시몬의 피도 흐르나봅니다
쓰러지고 또 쓰러진 그 분 향해
“Almost there! Almost done”
이제 다 왔으니 차라리 이런 고통이면
빨리 숨이 끊어지는 게 나을 거라는 구레네 시몬의 속삭임
그것은 내가 하고픈 말 이였습니다
어찌 그럴 수 있을까요?

뒤집혀진 십자가 아래 사이로 보이던 막달라 마리아,
돌을 든 자칭 의인들 앞에
무질서하게 엎드려진 간음녀의 떨림으로 떠올랐지만
그녀가 전직 창기라 한대도
내게는 성스러운 나의 어머니며 누이였습니다.

새벽으로 넘어간 심야 영화관
아내와 함께 나설 때는
아무얘기도, 눈도 마주치지 말아야
그나마 주님께 드릴 수 있는
나의 마지막 마음일 것 같았습니다

김성국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