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

가을 단상

“아! 가을이다.” 라고 외쳤던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어느새 찬바람에 몸이 움츠러들게 된다. 뉴질랜드에서 보내는 가을의 맛은 어떨까… 먼저 한국의 가을 하늘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귀소본능인가 보다. 그래도 세계 청정국가 뉴질랜드에서 느끼는 가을도 30대 후반을 보내는 한 형제의 가슴을 센치하게 할만은 한 것 같다! 누군가 그랬지…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가을바람은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을 스친다. 가을 햇살은 따스한 봄 햇살과는 또 다르게 우리네 삶을 비추인다. 밤하늘에 별은 또 어떠한가, 누구에게나 바닷가에 앉아 저 하늘에 별을 세던 때가 있지 아니하던가. 군대 시절, 산 위에서 바라보았던 대도시의 야경과 밤하늘에 반짝이는 달과 별의 하모니를 나는 늘 잊지 못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새로운 땅, 뉴질랜드에서 다시금 하늘 아래 산과 바다를 내려다보며 가을을 보내고 있다. 청교도의 위대한 설교자 찰스 스펄전은 이 세상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고도 하나님의 위엄을 느끼지 못한다면 미친 사람이라고까지 하였다. 인간 세상의 문화에 젖어가는 오늘의 세상 속에 스펄전 목사님의 외침이 맞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인간은 본래 다른 동물과 달리 하늘을 보기 위해 걷는 존재로 창조되었다. 그런데 죄가 세상에 들어온 후 인간은 하늘을 보는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한 안타까움을 견디지 못한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셔서 우리의 시선을 다시금 하늘에 두게 하셨다. 그러나 여전히 땅의 것에 전부를 거는 인류의 무지에 한껏 동조하며 사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가을이다! 계절마다 의미가 있겠지만, 가을이 의미 있는 건 다가오는 인생의 계절 겨울을 준비하며 자신을 버리기 때문일 게다. 낙엽이 떨어지는 아픔이 가슴을 시리게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버리고, 밟혀지는 낙엽이 있기에 새로운 존재의 탄생이 있을 것이다.

아직 앞마당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단풍나무는 푸르게만 느껴지는데 저 낙엽이 빛을 바래고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길 때면 가을바람에 실려갔던 내 마음도 조금은 차분해져 있을 게다!

“젊을 때에 너는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고생스러운 날들이 오고, 사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 할 나이가 되기 전에” – 전 12:1 (새번역)

심창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