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25년의 직장 생활을 자의 반 타의 반 그만 두려 했을 때 친구들이 내게 해주던 조언은 거의 똑같다. 회사 그만두고 나와야 할 것 없으니 웬만하면 꼭 붙어 있으라는 말. 난들 검 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다니고 싶지 않을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며 던지던 나의 답변 또한 같다. “해 먹을 거 없으면 분식집 이나 하지 뭐…. 말이 씨가 된다는 말. 하나도 틀린 말 아니다. 2년이 지난 지금 분식집 비스므레한 것을 하고 있다. 그것도 한국 땅이 아닌 이곳 뉴질랜드에서. 아이 교육문제를 핑계로 학생비자 를 얻어 이곳에 왔지만 계속 놀고먹을 수는 없는 일, 무엇을 하며 먹고 살까 궁리 끝에 내린 결론이 스시집이다.

집사람이 그나마 파 트타임으로 다니던 곳이 스시집이고 그 일이 다른 일보다 조금은 쉬울 것 같아 장사 비자 아이템으로 시작한 건데, 웬걸, 하고 보니 그 게 아니다.말이 스시집이고 일식당이지 구멍가게 규모에 음식 수가 80여 가지 되다 보니 완전동네 분식점이다.

아침 여섯시에 일어나 밤 열시에 돌아와야 하는 고달픈 비즈니스. 이제 어느덧 3개월이 다 되어 간다. 비몽사몽,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가는 요즘 안 하던 일을 무리하게 해서인지 손끝이 저리기 시작하니 은근히 걱정도 된다.

이렇게 살려고 이곳 뉴질랜드까지 왔나 한심하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다시 한번 곰곰 생각해보면 감사할 일이다. 지난 2년간 할 일 없이 방황하고 곶감 빼먹듯 빠져 나가는 통장 잔고에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 를 받았던가.

그래도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지내야 하는 일상보다는 좋다. 물론 몸은 많이 힘들지만, 마음은 지금이 훨씬 편하다. 감사하다, 이곳에 와서 감사할 또 한 가지 일은 믿음 생활을 좀 더 충실히 하게 된 일이다. 집사람의 잔소리에 마지 못해서, 홀로되신 노모에 효도 한다는 심정으로 끌려다니다시피 했던 신앙 생활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의지할 데 없다 보니 하나님께만 의지하게 된 일이 제일 큰 보람 아닐까.

영주권 받는 데 필요한 이런저런 정보나 얻고 혹시 도움이나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해서 나간 이곳 교회이지만 지금은 그런 계산기 두드리는 믿음 생활은 안 하려한다. 잘못된 믿음 생활이니까. 지난주 우리 공동체 마지막 모임 주제가 하나님의 용서였는데, 내가 지금까지 해온 잘못된 믿음 생활 하나님이 용서해 주실까?

요즘 장사로 몸이 고달프다 보니 한동안 열심이던 성경공부도, 틈틈이 하던 기도생활도, 차만 타면 틀어 놓고 흥얼거리던 찬송가도, 어느 때부터인지 잊고 살았다. 그래도 나의 신앙생활의 멘토이신 우리 공동체 장로님은, 나를 보실 때마다 좋은 말씀 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니 그리 잘못된게 아닌가 위안하며 지냈는데 권사님의 지나가듯 하시는 말씀이 아무래도 의미 있는 일침인 듯하다.

“몸이 피곤할수록 신앙생활에 게을리하 지 말라는 말씀. 그래… 무조건 용서해 주시 는 하나님은 아니다.”라고 하셨지. 잘해야 지…. 마지막 공동체 모임 예배시간, 하나님과 공 동체 식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져본 다. 공동체 식구들을 위해 늘 기도해 주시며 하나님의 말씀을 쉽게 가르쳐 주시는 장로님 과 권사님, 바쁜 생활 속에서도 열심히 준비 해서 공동체 시간을 잘 이끌어 주고 계신 인도자집사님, 휴가 때 쉬지도 않으시고 가게까지 오셔서 이런저런 요리법을 가르쳐 주시던 형님 같은 집사님, 영주권으로 가는 길에 실수하지 않도록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히도 가르쳐 주시는 동갑내기 친구 같은 집사님 모두들 감사하다.

이곳에 와서 세례를 받 았으니 나이는 장년이나 믿음생활에서는 유아인 내가 이곳 공동체 식구들과 같이 지낼 수 있었던 것도 또한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일 아닌가 싶다.

말이 씨가 돼서 시작하게 된 스시집, 스시 하나를 팔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팔아야겠다.

양봉욱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