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그렇게도 좋아?

교회가 그렇게도 좋아?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마주하면서 교회로 가기 위해 출발한 목요일 오전입니다. 그러다가 말겠지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집을 나섰는데 내리는 비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내리퍼붓는 듯한 비에 미처 빠지지 못한 황토물이 도로를 채우기 시작해 차들은 서행을 하다못해 이내 멈추고 도로 좌우에 하나둘씩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자신 있고 용감하게(?) 고속도로 입구까지는 왔지만, 도저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조심스럽게 집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흠뻑 젖은 바지를 입은 채 거실을 서성이는데 아내가 “왜 젖은 옷을 그냥 입고서 있느냐”라고 합니다. “응, 비가 좀 잦아 들면 다시 교회 가려고” 그러자 아내는 “교회가 그렇게도 좋아? 내일 가면 될 텐데…” 옆에 아이들도 일제히 “그래 맞아 아빠 교회가 그렇게도 좋아?” 라고 아내의 말에 지원사격을 합니다.

“그래 아빠는 교회가 그렇게도 좋다.” 그 갈보리 교회가 13살이 되는 주일입니다. 교회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께 영광과 찬양을 드리며 수년을 한결같이 기도와 눈물의 헌신으로 교회를 섬겨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쉼 없는 기도와 섬김으로 하나님의 교회를 세워가시기를 소원합니다.

나이 13살, 아직은 어립니다. 그러나 이제는 위상을 조금씩 조금씩 갖추어 가야 할 나이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교회는 건강한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총회 헌법에 교회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교회란 하나님이 만민 중에서 자기 백성을 택하여 그들로 무한하신 은혜와 지혜를 나타내신다. 이 무리가 하나님의 집이요, 그리스도의 몸이요, 성령의 전이다. 이 무리는 과거, 현재, 미래에 있는 성도들인데 이를 가르쳐 거룩한 공회 곧 교회라 한다.” 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교회란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건강한 교회란 건물이나, 예산이나 사람의 숫자가 아닙니다. 건강한 교회란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 건강한 것을 두고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건강한 교회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한 교회는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교회도 건강한 교회가 있는가 하면 건강하지 못한 교회도 있습니다. 교회 중에서 가장 건강한 교회는 초대 예루살렘 교회입니다. 예루살렘 교회는 온전한 사귐과 나눔이 있는 건강한 교회의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 안디옥 교회가 건강한

교회였습니다. 안디옥 교회는 예루살렘 교회의 핍박과 스데반의 순교로 흩어진 사람들이 안디옥에서 세운 교회 입니다. 안디옥 교회는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지만 하나가 된 건강한 교회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교회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가치관이 다르고, 자라온 문화와 환경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의 건강한 교회를 세울 수 있을까요?

빌립보서 2:3절에 보면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라고 했습니다. 좋은 교회, 건강한 교회는 나보다 남을 더 훌륭하게 여깁니다. 오직 한 분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예수의 낮아지심을 내 인격으로 채워 당신은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상대를 높여 줄 때 그 교회는 건강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하나 우리는 교회에 대한 자부심과 자랑을 많이 가졌으면 합니다. 비록 우리만의 건물이 없어서 주인의식을 얼른 가지기 어렵다 해도 13살은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닙니다. 공부하기 싫어서 학교 가지 않겠다고 떼를 부린다거나 친구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같이 어울리지 않겠다고 해서는 안 될 나이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13살의 교회는 싫은 것이 있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내 교회에 대한 자부심, 자긍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교회에 대한 자랑을 스스로 해야 합니다. 누군가가 “그렇게 너희 교회가 좋아”라고 한다면 그래 나는 우리 교회가 그렇게도 좋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우리 교회에 대한 자부심이 없고 자랑하지 않는 데 남들이 어떻게 자랑하겠습니까?

13살의 아이가 자기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다른 부모에게 말한다면 그것을 철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이해해주기에는 많은 나이입니다. 자식의 눈에 비치는 부모의 모습이 온전하고 흠이 없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내 부모이기에 좋아하고 감사하고 자랑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우리 교회만 생각하면 좋고 때로는 눈물이 납니다. 그리고 미래에 하나님이 사용하실 것을 기대하면 가슴이 설레고 감격합니다. 영광스러운 주님의 교회가 이 세상 한가운데서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깃발을 높이 들것을 생각합니다.

끝으로 교회는 영원하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교회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되고 손가락질받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교회와 기독교 안에 부정적이고 잘못된 부분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내부의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만든 제도나 형식이 틀렸다고 교화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 교회는 결코 그 누구로부터도 지탄이나 지적을 받을 수 없는 거룩한 곳입니다. 하나님의 교회는 영원합니다.

썩을 수도 없고 무력해질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회는 세상 속에 있는 사회 단체나 국가 기관, 선교 단체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선교 단체는 영원한 존재가 아닙니다. 필요에 의해서 세워졌고 또 필요가 없으면 사라질 뿐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주님이 오실 때까지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교회의 잘못된 편견과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주님이 세우신 진정한 교회는 교파나 제도나 건물이 아닙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신부입니다. 제도는 비판받을 수 있고 사람은 허물이 있지만 진정한 주님의 교회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영원합니다.

13살의 갈보리 교회가 이제 14살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 신발을 신습니다. 비록 크고 작은 어려움과 고통이 있었고 여전히 그 어려움에서 비껴가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 교회는 지금까지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자랑스러운 그래서 영원한 하나님의 교회가 되기를 온 성도들이 함께 섬기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더 욕심을 내어 본다면 20주년이 될 때까지 우리 갈보리 교회의 이름으로 남태평양 지역 어느 작은 나라에 또 다른 하나의 교회가 개척되고 파송선교사와 협력 선교사를 각각 보내는 그런 교회가 되기를 창립 13주년을 맞으면서 갈보리 모든 성도들과 함께 비전으로 삼고 싶습니다.

이태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