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뵈온 지 3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 삼년이 30년처럼 다가옴은 뵙지 못한 안타까움이 시간을 멈춘 까닭인가요? 그동안 잘 계시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말씀하시던 막내 잘 지내고 있습니다. 4년 전 수술 후유증으로 치매가 오셨다는 누이의 전갈을 받고 부리나케 당신을 찾았을 때 손자는 이따금 알아보아도 아들만큼은 또렷이 아는 듯 손을 잡고 놓을 줄 모르셨지요. 누이들은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치매 환자의 전형적인 일상인 알 수 없는 말씀을 혼자서 하시거나 하루에도 몇 번씩 자꾸만 장롱 속 옷가지들을 꺼내 머리에 이고 나가자 하여 누이들이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는데 막내가 오니 그러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아마도 처음 뉴질랜드 간다고 말씀드릴 때 자식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못하게 막은 못난 부모라는 말을 듣지 않으시려고 대놓고 가지 말라고 말씀은 못하신 채 ‘가지 말고 나랑 같이 살면 안 되나?’ 지나가는 말씀인 양 얼버무리던 손길을 뒤로하고 떠나온 막내아들을 못 보고 가실 줄 알았는데 찾아온 그게 고마워 잠시라도 정신 줄을 잡으려는 마지막 안간힘이였나 봅니다.

며칠 함께 있지 못하고 다시 이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씀드리니 누이의 아파트 정문까지 따라오셔서 못난 자식 얼굴에 홍안을 비비며 하신 말씀이 귀에 생생합니다. “나는 죽었다고 생각하고 교회 잘 돌보고 아이들하고 잘 살아라.” 하시던 말씀 말입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뚜렷이 전혀 환자가 아닌 정상인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순간 특별히 어머니에게 간섭하신 은혜의 순간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어머니에게서 들은 생전의 마지막 말씀이었습니다. 그 후, 또 한 번 쓰러지고 이젠 병상에 누우셨지요? 며느리와 함께 다시 찾았습니다. 아무래도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눈인사로만 반길 뿐 손을 내밀기는커녕 말씀도 못하시는 반 주검의 모습에 아들의 마음은 통곡이었습니다. 큰절을 올리는 며느리와 아들의 인사는 당신에게 올리는 생전의 마지막 절이었습니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어머님께서 그렇게 소원하시던 아들에게 주신 아버지의 사역이 끝나지 않아서 여기서 머물며 여러 하나님의 사람들과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여행 끝내면 곧 돌아가 어머님을 뵙겠습니다. 아들이 여행 잘 마칠 수 있도록 기도로 응원해주세요. 사무치는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어버이 주일에 막내가 드립니다.

이태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