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과 무리들

레드카펫과 무리들

한국 속담에 ‘다른 사람의 중병이 나의 감기만 못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지만, 나의 온전한 아픔으로, 나만의 아린 고통으로 다가오지는 않고 그보다는 남들이 볼 때는 별것 아니지만 내 감기가 더 고통스럽습니다는 의미입니다. 이 속담을 오늘날 적용해 본다면 자신밖에 모르는 극도의 이기심 속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 인들을 고발하는 듯합니다.

어찌 현대인들뿐이겠습니까? 그 옛날 예수님께서 평화의 왕임을 웅변하는 어린 나귀 새끼를 타고 예루살렘 성으로 들어가실 때 환영한 수많은 사람들 역시 자신들을 위한 메시아로 환영한 것이지 예수님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자신들의 만족을 채우고,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예수님을 열렬히 맞이한 것에 불과한 ‘자기 감기’에 만 관심을 둔 자들이었습니다.

왜냐면 지금 들어가고 계시는 예수님이 왜 오시는지 아는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자신들의 옷을 벗어 길에다 레드 카펫(?)을 만드는 사람들을 보는 예수님의 흉리는 어떠했을까요? 이들이 누구였습니까? 불과 며칠 뒤 열렬한 환영의 외침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외침으로 돌변할 장본인들이었으니 예수님의 마음이 오죽하셨을까요 ? 차라리 양아들인 브루투스에게 배신당하여 죽어가면서 “브루투스, 너마저”라고 외친 시저처럼 무슨 원망이라도 한마디 하셨으면 속이라도 시원할 텐데 주님은 그냥 바보같이 가셨습니 다.

그런데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자기 의의 겉옷,자기만족과 욕심의 레드카펫을 만들어 십자가의 길에 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길을 함께 가겠다고 외치는 무리가 우후죽순, 그속에 나 자신도도 섞여 있음은 어떻게 부인 하겠습니까? 십자가의 길과 레드카펫이 어디 어울리기나 하겠습니까? 목사가 된 지 만 20년이 되는 이해에도 여전히 종려 주일은 다가왔습니다. 목사가 되어가고 있는지 얼마만큼 되었는지, 주님 제가 목사입니까?

이태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