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줄 알아야 사람이다

울 줄 알아야 사람이다

때로는 저무는 저녁 놀 앞에서 울 줄 알아야 한다
남들과 가던 길 빗겨나 반듯하게 살아 갈 용기 없었노라며
이제라도 고트머리 남은 생은
반드시 착한 자들 편에 서겠다며
옳은 것에 당당해진 내가 기특해
가슴 벅찬 울음을 울 줄 알아야 사람이다

때로는 바람을 맞으며 울 줄 알아야 한다.
크게 작게 흔들어 대는 유혹에
남들 다 가는 길이라며 몸을 맡겨 살다가
이제는 늙고 지쳐서가 아니라
부끄러움을 아는
맑은 나를 찾은 감격에 울음을 울 줄 알아야 사람이다

때로는 눈 바람에 잉잉대는
차가운 전봇대에 기대어 울 줄 알아야 한다
세상 앞에 벗겨진 내 모습 하도 서러워
왜 이리 삶이 고달프냐고 주저앉다가도
나 하나 바라보는 처자식 눈망울에 힘내
새들 앉아 쉬는 봄날 오지 않겠냐면서
물안개 차오르는 하얀 울음을 울 줄 알아야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