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Harbour)를 건너며

하버(Harbour)를 건너며

저는 적어도 하루에 한 번, Harbour를 건너 다닙니다. 지난주 수, 목요일의 하늘은 새색시 치마보다 더 고운 옥색이었습니다. 이에 질세라 푸르름을 자아내며 출렁이는 바다는 또한 한폭의 그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물결 위에 수없이 떠있는 보트 (Boat)들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하나같이 하얀 이 작은 배들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수없이 많은 배들이 있어도 모두 주인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배의 크기나 모양은 약간씩 달라도 주인이 없는 보트는 없다는 것입니다. 지구상에 60억의 인구가 있고 제각기 다른 언어와 얼굴색, 다른 문화와 다른 지역에 살고 있다고 해도 그 인생의 주인은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이지요. 그럼에도 나는, 내가 내 인생의 주인으로 고집을 피우고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착각하며 살 때가 있습니다.

또 하나 주인이 보트를 타야 보트의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주인이 와서 움직이게 해야 비로소 배의 역할을 제대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주인이 나를 다스릴 때이며 그때 비로소 나라는 존재 가치가 발휘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내 힘으로, 내 의지로 뭔가를 하면서 나 스스로 주인 행세를 할 때가 많았고 주인이 원하지 않는 일도, 주인이 아직 허락되지 않은 일도 많이 했구나 하는 깨달음과 나의 주인이 이 세상에서 나를 사용하실 때 부지런히 주인의 필요에 맞게 살아가야 하고 따라야 한다는 사실도 함께 배워봅니다.

그리고 주인이 보트에서 떠나면 보트는 다시 멈추고 그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며 다시 주인의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보트 스스로 바다로 나가려고 한다면 갈 수도 없거니와 혹 나간다 하더라도 얼마 못 가서 부서지거나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또 보트 스스로 바다로 나갈 때를 정할 수 없듯이 나 스스로 인생의 때를 정할 수가 없고 주인이 오라고 하면 가야 하고 서라고 하면 서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수동적인 인생 같아 보이지만 실수나 시행착오가 없는 더 능동적인 인생입니다.

끝으로 아무리 보트가 훌륭한 최첨단 장비를 갖추었다 해도 물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세상적인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해도 성령님의 기름 부으심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하버를 건너가면서 생각해봅니다.

이태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