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흰색이고 싶다

12월은 흰색이고 싶다

올 정월에 비해 우수수 빠져나간 머리카락입니다
머리에만 담은 말씀으로 수수깡처럼 마른 내 영혼
이제는 가슴으로 한올한올 심으라는 뜻인가요?

한 눈에 넓은 세상 다 담던 시력, 이제는 흔들리며 멀어지고 있습니다
나만의 담 넘지 못해 비대해진 나를 접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살뜰히 보라시는 뜻인가요?

사뿐하게 디디던 무릎, 이제는 내 몸 하나 겨우 버텨대고 있습니다
땅 끝이라느니 온 땅이라느니 이런 헛된 자랑 버리고
느릿느릿 우보천리 황소걸음으로 걷다보면
천리 하늘 길 주님 앞에 설 수 있다는 뜻인가요?

갈수록 몸은 굼떠지고 가슴 속 그리움은 더 깊어집니다
어머니 가신 나라 품고 사는 마음
애태우며 더 깊어지라는 조용한 뜻으로 알겠습니다

정월 초하룻날의 가슴 이미 식고
욕심으로 바뀐 내 마음의 12월은
너울처럼 내려 꽃잎처럼 덮는
씻은 무 같은 새로움의 횐색이고 싶습니다

김성국목사